'확 뚫린 도로, 집 밖을 나서면 5분내 거리에 백화점. 곳곳에 근린공원, 문화센터..' '꽉 막힌 옛 도로, 한참을 걸어 대로에 나서야만 가까스로 탈 수 있는 시내버스, 심각한 골목길 주차난..'수도권 신ㆍ구 도시의 엇갈리는 명암이다. 수도권 신도시 건설이 10년째를 넘어서고 있으나 신도시와 구시가지간의 주거여건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도시의 기형화, 주민간 위화감 심화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와 해당 자치단체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주거여건 개선을 미루고 있다.
■ 성남 (분당)
신도시 중 구도시와의 격차가 가장 심한 곳은 성남 수정구(구시가지)와 분당신도시.
분당은 1990년대초 서울 강남지역의 중산층을 흡수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도시인 데 비해 성남은 70년대초 서울지역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주단지로 형성된 시가지라는 태생적인 차이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분당신도시는 바둑판처럼 잘 뚫려있는 도로망에 곳곳에 공원이 즐비, 쾌적한 도시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반면 성남 구시가지는 70년대 이후 지금까지 도로망이 정체상태에 머물러 주민들의 불편이 적지 않다.
특히 성남구시가지에는 서울공항으로 이 일대 대다수 지역이 고도제한지역으로 묶여 고층아파트는 고사하고 기존 주택의 증ㆍ개축도 쉽지 않아 지역간의 격차를 더욱 벌여놓고 있다.
신ㆍ구시가지의 격차는 수치에서도 더욱 두드러진다. 인구 39만명의 분당신도시내 초ㆍ중ㆍ고교는 52개에 달하는 반면 인근 수정구(25만명)에는 26개가 고작이다.
병원도 분당이 288개인데 비해 구시가지는 183개로 턱없이 모자라며, 근린공원은 분당 953만여㎡, 수정구 198여㎡로 5배 가량 차이가 나고 있다.
■ 안양(평촌)
평촌신도시와 인근 구시가지는 안양 동안구내에 함께 자리잡고 있지만 기반시설을 비교하면 서로 '다른 도시'나 다름없다.
신ㆍ구 도시의 인구는 16만명 정도로 비슷하다. 신도시 지역의 학교수는 무려 31개에 달하지만 구도시 지역은 10개에 불과하다.
병ㆍ의원도 180대 80으로 구도시 의료시설은 신도시의 절반 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신도시에는 백화점, 각종 공공ㆍ편익시설이 집중돼 있다..
■ 고양(일산)
고양시 역시 일산신도시와 구시가지인 덕양구간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행히 덕양구 지역에 덕양, 화정 등 소규모 신도시가 개발됐으나 전반적인 주거여건은 '도시속의 시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5개 신도시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은 군포(산본)시의 경우 신도시는 수리산 기슭에 자리잡은 반면 구시가지에는 중소 제조업체가 밀집해 있어 공기부터 다르다.
지형적 여건은 물론 각종 편익시설도 신도시에 집중돼 아파트 가격이나 전세가가 신도시지역이 구도시에 비해 1.5배를 초과한다.
성남시 김인규(金仁圭)도시국장은 "신ㆍ구도시의 격차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구시가지일대의 재개발계획을 마련 중"이라면서 "특히 분당과 구시가지 중간지점에 시청사, 시의회, 소방서 등이 입주할 행정타운을 건립, 지역왕래를 활성화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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