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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保-革정쟁'에 경제 파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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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保-革정쟁'에 경제 파탄

입력
2001.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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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경제가 정쟁(政爭)으로 악화하면서 그 여파가 신흥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러시아와 동유럽 주식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대통령과 총리가 상대방에 책임을 전가하며 대립하고 있어 터키 정국과 경제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개혁 대 수구 정쟁

개혁파인 마흐메드 네스데트 세제르 대통령과 수구파인 뷜렌트 에체비트 총리의 충돌은 부정ㆍ부패 척결을 둘러싼 대립에서 비롯됐다. 3당 연립 정부의 수장이자 40년 정객인 에체비트 총리는 수개월 전 금융 부정부패를 일소하겠다며 몇몇 저명 인사를 사기 혐의로 체포했다.

문제는 그들 중에 총리 측근이 포함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총리는 사건 담당 검사를 직권 남용으로 고발해 부패 조사에 제동을 걸었지만 대통령은 자신이 관장하는 감사기구를 통해 문제 있는 은행의 조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혀 총리에 맞섰다.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한 개혁 청사진 마련을 두고도 대통령과 총리는 대립했다. EU 가입을 위해 역내 쿠르드인들에게 민족어로 방송하고 교육할 권리를 인정해야 하는데 연정의 극우 민족주의 정당에서 반대하는 바람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터키 기업인들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총리의 퇴진이 불가피하다고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흥시장에 대한 파장

터키 증시에서 주가가 21일까지 연 이틀 30% 이상 폭락세를 보이자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 신흥시장도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채권의 경우, 러시아는 21일 3%, 브라질은 1.4%, 아르헨티나 도 1% 떨어져 근래 보기 드물게 낙폭이 컸다.

러시아 증시의 RTS 지수도 이날 8.1% 떨어졌다. 하지만 아시아는 터키 경제의 영향을 직접 받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터키에 투자된 자금이 아시아에 연동한 징후는 거의 없다며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23일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 이후 서방 각국이 아시아에 대한 투자 비율을 낮췄기 때문에 외환 투매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고정환율제 포기 후 터키 리라화의 평가 절하는 재난 상황까지는 아니라며 금융 개혁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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