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 꼭 챔피언 반지를 끼어드릴 겁니다." 22일 프로통산 3번째로 100승 고지를 밟은 수원삼성 김동광 감독은 요즘 잠이 잘 오질 않는다.우선 빼어난 정규리그 성적을 플레이오프 때까지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어서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난해 다시 만난 아버지(조지 E. 프레츠)에 대한 그리움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미국 오리건주 유진의 전지훈련장에서 18년 만에 다시 만난 아버지는 71세의 할아버지였다. 아버지 옆엔 5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김옥련) 대신 미국인부인이 자리했지만 김 감독은 식사대접과 잠자리 마련에 정성을 다했다.
그 뒤 이메일로 서로 근황을 주고받아온 김 감독은 "3월 말께나 4월초께 아버지를 한국으로 초청, 챔프전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나이로 이제 51세. 한때 아버지에 대해 무척 원망도 했지만 이제는 효도로 자식된 도리를 하고 싶은 것이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2월2일. 당시 부산에 주둔한 미군부대에서 일하던 어머니가 프레츠 일병과 맺은 사랑이 결실을 본 날이었다.
그러나 프레츠 일병은 전속명령을 받고 이미 한국을 떠난 뒤였고, 혼혈아에 대한 차별 때문에 김 감독의 어머니는 아들의 호적신고도 2년이나 미뤄야 했다. "곧 돌아온다"던 아버지는 끝내 오지 않았고, 어머니가 이때부터 날품팔이, 식당일 등 모진 고생을 하면서 김 감독을 키워냈다.
다행히 이런 고생이 열매를 맺어 79년에는 대한농구협회가 선정한 '장한어머니상'과 '최우수선수상'을 모자가 동시에 받기도 했다.
83년 6월11일. 김 감독이 사진으로만 보던 아버지를 처음 만난 날이다. 미국의 이산가족찾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서신왕래를 하긴 했지만 직접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바레인 대표팀 코치였던 김 감독이 쿠웨이트의 국제대회에 참가중이었는데 현지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아버지가 이 소식을 듣고 경기장을 찾아온 것.
이후 소식이 끊겼지만 이번에는 김 감독 직접 나서 예전 주소로 수소문, 지난해 어렵게 재상봉했다. 시간을 아끼며 작전구상, 팀 훈련에 모든 것을 쏟는 김 감독의 소원이 이뤄질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