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8개월 만에 의약분업의 핵심적인 원칙들이 훼손되고 있다. "불필요한 의료기관 및 약국 이용을 줄여 국민 건강을 도모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할 만큼 내용이 변질되고, 의료계와 약계, 시민단체 간에 새로운 갈등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주사제의 경우 한달이상 소모적 논의를 계속한 끝에 22일 국회 보건복지위가 의약분업에서 제외키로 결론을 내리자 약계가 '분업 불복종 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환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시행되는 '처방전 2매 발행' 원칙도 의사들의 거부로 사문화한지 오래다.
■방황하는 주사제
정부는 당초 "의약품 사용빈도를 줄이겠다"며 빛을 쬐면 변질되거나 냉동 및 냉장이 필요한 주사제, 항암 주사제만을 제외하고 오ㆍ남용이 가장 심한 항생제 및 소염 주사제 등은 분업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 '약속'은 반년도 안돼 깨졌다.
보건복지부는 보험재정 안정 등을 이유로 모든 주사제를 의약분업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의사들의 주사제 원외처방료를 46%나 올려주고 중복 처방시 주사제 처방료를 별도로 신설해 보험재정을 악화시켰다.
전문가들도 주사제의 의약분업 제외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꼬집고 있다. 분업 시행후 주사제 처방률이 54.7%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치(17%) 보다 3배 이상 높은 데도 분업에서 빼겠다는 것은 오남용을 오히려 부추기고 병ㆍ의원 및 약국간 담합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종된 환자의 권리
의약분업 시행 당시 보건 당국은 "환자들이 따로 처방전을 보관하게 돼 자신들이 먹는 의약품을 알게 된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대다수 병ㆍ의원이 처방전을 1매만 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의사협회는 21일 '처방전 1매 발행의 당위성'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고 "처방전은 의사가 약사에게 주는 조제지시서이며, 재사용으로 인한 약화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1매를 발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뒤 늦게 '처방전 2매 발행 의무화 및 처벌규칙' 을 제정하려는 정부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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