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에게 대학생처럼 행동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21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이남기)가 야구규약의 불공정과 경쟁제한조항을 시정하라고 명령하자 프로야구의 한 구단 관계자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리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지적이다.
프로야구계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우리 현실이 열악하기 짝이없다는데 동의한다. 일례로 모 구단은 지난해 팀운영에 140억원을 지출했다. 입장료 등 구단수입은 고작 20억원선이다. 부족분은 계열사들의 지원을 받아 충당했다.
1982년 프로야구출범이후 모든 구단이 똑 같은 신세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프로야구가 '돈 되는 장사'라면 몰라도 자체수입으로 구단을 운영할 수 없는 현실에서 불공정과 경쟁제한을 논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흔히 프로야구의 홍보효과를 들먹이며 야구단의 가치를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초창기만 해도 맞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8개구단 가운데 야구단을 하고 싶어 하는 기업은 하나도 없다.
구조조정의 칼날이 시퍼런데 매년 1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내는 기업을 홍보효과만 바라보고 운영하고 싶은 오너는 없다." "전용구장 하나 없는 게 국내 프로야구의 현실이다. 고객을 끌어들여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구단이 하나도 없는데 자생력을 키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상황에서 몸값상승을 부채질하는 쪽으로 규약을 개정하라는 게 도무지 이해할수 없다. " 구단마다 이구동성으로 내뱉는 말이다.
자생할 수 있는 토양을 갖추지 못한 국내 프로스포츠를 시장규모나 인기도에서 우리와 천양지차인 미국이나 일본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는 게 구단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정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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