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 자리에서 민감한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두루뭉술 피해갈 상황도 아니고.."서울대가 1965년 한일수교 이후 처음으로 내달 28일 일본 도쿄(東京)대 졸업식에 참석하는 이기준 총장의 축사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최근 또다시 불거진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등 과거사문제 때문.
서울대측은 지난해 11월 이 총장의 도쿄대 졸업식 참석이 결정됐을 때만 해도 축사에서 과거사 문제를 원론 수준으로 언급키로 가닥을 잡았었다. 당시는 양교가 '동아시아 4개 대학간 학문네트워크 구성'을 추진하는 등 미래지향적 협조체제를 발전시켜 나가던 때.
하지만 최근 노로타 호세이(野呂田芳成)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장의 침략 정당화 망언에다, 내달초 개정될 중학교 역사교과서 문제가 불거지면서 상황이 크게 바뀌어 버린 것.
민상기 대학원장은 22일 "이미 지난달부터 교수팀을 만들어 축사를 준비해왔다"며 "과거사 문제의 거론 수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서로들 엇갈려 외교관과 언론사 특파원 등 각계의 의견을 폭넓게 취합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하쓰미 시게히코(蓮實重彦) 도쿄대 총장이 '새로운 시대에 맞는 도덕성을 갖춘 리더십'을 강조해온 점을 고려, 전후 독일의 예를 들어 일본측 태도를 간접비판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하지만 상황을 보아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를 정면거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양정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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