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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어둠속의 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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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어둠속의 댄서

입력
2001.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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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댄서'(Dancer In The Dark)는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공식 시사회를 가지기도 전에 최고 화제작이 됐고, 황금종려상과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충분히 그럴 만했다. 우선 감독이 영화에 인공이나 조작을 배제하는 '도그마 95' 를 선언한 '브레이킹 더 웨이브' '백치들' 의 덴마크 라스 폰 트리에라는 사실.

그는 유명한 '도그마 5' (영화에서 인공이나 조작을 배제하자는 선언)의 주인공이자, 도그마 영화 '브레이킹 더 웨이브'로 1996년 이미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인물이다. 그런 감독이 스스로 '도그마 95'를 무너뜨렸다.

감독 못지않게 유럽 가요계의 스타인 아이슬란드 여가수 비요크가 처음으로 영화에, 그것도 어머니의 자식사랑이란 신파극의 여주인공을 맡았다는 것도 화제였다.

35살의 그는 어머니와 꿈 많은 소녀 같은 두 가지 이미지를 완벽히 소화했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연기와 춤, 노래의 3박자를 이뤄낸 것이다.

진부한 소재, 익숙한 형식과 디지털 카메라의 혼재, 스타시스템을 부정하는 감독의 이율배반적인 스타 기용, 반미 감정을 강하게 드러내면서 할리우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차용.

이것이 '어둠 속의 댄서' 가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는 이유다. '찬사' 는 당연히 유럽쪽(2000 유럽영화제 작품상, 여우주연상 수상)에서 나왔고, '비난' 은 영화 속 비난의 대상이 된 미국쪽에서 쏟아졌다.

타임지는 '2000년 최악의 영화" 로 꼽았고, 반미감정이 불쾌해 "달콤한 당의정을 입힌 낡은 신파극" 이라며 외면했다.

평가야 어떻든 '어둠 속의 댄서' 는 분명 감동적이다. 1950년대쯤으로 보인다. 체코에서 아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와 경찰관 빌(데이빗 모스)의 트레일러에 세들어 사는 셀마(비요크)는 시력을 잃어 앞이 안보일 때까지 프레스공장에서 밤낮으로 일해 돈을 모은다.

자신처럼 선천적으로 언젠가는 시력 상실증에 걸릴 아들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서이다. 그 목숨과도 같은 돈을 훔쳐간 빌과 실랑이를 벌이다 빌이 죽고, 셀마는 살인죄를 뒤집어 쓴다. 변호사를 써 재심을 하면 사형은 면할 수 있지만 아들의 수술비를 위해 셀마는 사형대에 오른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역시 빼어난 테크니션이다. 디지털 카메라 다양한 배치와 능란한 움직임, 드라마와 뮤지컬의 이중구조로 감동과 영화의 리듬을 살린다.

디지털 카메라의 흔들리고 거친 화면의 현실이 점점 파괴돼 갈수록 셀마의 유일한 위안인 주변의 소리를 모티프로 한 상상의 뮤지컬은 역설적 비극성을 강하게 띤다.

사형대 앞에서까지 집어넣은 뮤지컬이야말로 신파적 비극성에 리얼리즘과 인물에 대한 애정, 순교자적 이미지를 부여한다.

애정이 강할수록 셀마가 처한 상황에 대한 관객들의 비판의식도 커진다. 진짜 노림수는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공산주의(동유럽)국가에 대한 멸시, 편견과 차별의 재판, 사형제도, 이웃의 돈을 훔치는 경찰관, 그러면서 "이 나라가 베푼 신뢰와 우정을 살인과 강도로 갚았다"고 말하는 미국의 위선, 미국식 정의를 공박한다.

때문에 '어둠 속의 댄서'는 라스 폰 트리에의 전작들처럼 이데올로기적이다. 결국 변한 것은 없다.

포장만 더 능숙하고 대중적인 기호를 의식했을 뿐.

이대현기자

leedh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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