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올해 한 고참급 신인투수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당시 최강을 자랑했던 한화의 마운드는 올 시즌 진용을 짜기도 버거울만큼 붕괴직전이다.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대전고 코치를 지내다 공개테스트를 통해 입단한 지연규(32)가 한화마운드에 한 줄기 희망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92년 팀 신인 최고액인 계약금 8,700만원에 입단, 프로 5년동안 불과 37경기에 등판, 3승4패의 성적을 내고 97년 야구판을 떠난 이른바 '먹튀'계열.
고질적인 어깨부상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스스로 팀을 떠났던 지연규가 제 발로 다시 도전한 것.
지난 19일 애리조나주 피오리아구장에서 열린 한화-삼성의 연습게임에 이광환 한화감독은 지연규를 중간계투로 등판시킨 뒤 스피드건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구속 14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려대자 이 감독은 "저런, 저런"하며 혀를 찼다. 당초 20개의 공을 던질 예정이었지만 지연규가 '속도위반'을 하자 이 감독은 10개도 뿌리기 전에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한명의 제대로 된 투수가 아쉬운 마당에 강속구를 가진 지연규는 굴러들어온 호박.
하지만 여기서 더 망가지면 활용할 수 없는 사기그릇 같은 지연규였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이 감독은 "선수생명이 우선인 만큼 결코 시즌 등판을 서두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91년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의 주역이었고 정민태 구대성과 함께 기대를 모았던 신인 지연규가 피기도 전에 망가진 것도 따지고 보면 '뭔가 보여줘야겠다' 는 욕심과 초조가 낳은 결과였다. 프로입문이후 매번 아픈 어깨를 감싸고 공을 뿌릴 만큼 우직했다.
지연규는 이날도 "워밍업하듯 던지려고 했는데 힘이 들어갔다"며 "욕심을 버리려 하는데 잘 안된다"고 겸연쩍어 했다. 2년간 와신상담한 지연규가 오랜 어깨부상의 후유증을 딛고 지난해 최다승투수로 화려하게 재기한 임선동처럼 거듭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지연규는 "눈물을 뿌리며 팀을 떠났지만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며 "늦은 나이지만 자존심을 세우고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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