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자민련이 지금까지 개별 사안별로 협조해 오던 원내 2석의 민국당과 '상시적 공조'를 한다는 데 총론적으로 뜻을 같이 함에 따라 그 정치적 파장이 주목된다. 민주(115)ㆍ자민(20) 의석에 민국당 2석을 보태면 원내 과반인 137석이 된다. 이는 '3여 1야'의 형태로 국회가 운영되고 여권이 단독으로 의결정족수를 확보한다는 뜻이다.또 아직은 자민련과 민국당의 내부기류가 부정적이지만 향후 정국 변화에 따라서는 합당 등 정계개편의 단초가 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여기에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가세까지 거론하며 내년 대선국면에서 '반 이회창 전선'이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3당 공조의 각론으로 가면 상황이 다소 복잡해진다. 공조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3당 간 총론적 합의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 민국당 김윤환(金潤煥) 대표의 연쇄 접촉에 의해서 이뤄졌다.
이 접촉과정이 공개된 데 대해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민국당 김 대표는 22일 "여당이 협조를 요청해 와 공조를 위해서는 3당 간 정책협정 체결, 내각 참여, 당정협의 참여 등이 보장되는 연정형태가 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며 내각 및 당정협의 참여에 대한 강한 희망을 피력했다.
민주당 측에선 이날 최고위원 간담회를 통해 '정책공조'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내각 참여 등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발을 뺐다. 민주당으로선 민국당 한승수(韓昇洙) 의원의 입각 보장설이 흘러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나눠먹기'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뇌물수수사건으로 지난 8일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 받은 민국당 김 대표의 재판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강력 반발할 것으로 예상됐던 한나라당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언급할 가치도 없다"는 반응 속에서 "민국당 김 대표로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민국당과 민주당 내부에서 반발하는 세력이 나올 것"이라는 등의 얘기도 나왔다.
어쨌든 3당 공조는 공론화했고 향후 개각에서 민국당 한 의원 등의 입각이 실현되면 상황은 급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