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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 주사제 의약분업 대상제외

입력
2001.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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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제를 의약분업 대상에서 제외하는 문제를 놓고 의ㆍ약업계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환자 불편해소를 명분으로 주사제를 제외키로 한 약사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을 통해 국회에 제출되자 약사측은 "의약분업의 원칙을 깨뜨리는 처사로, 주사제 남용이 재현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반면 의사측은 환자가 병원과 약국을 몇번씩 오가야 하는 불편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한다. 이런 가운데 약사측은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의약분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력 대응을 천명하고 있어 파장이 우려된다.

[찬성] 처방전 받아 약국서 구매 또 병원으로

의약분업이 시행된 이후 환자들은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환자가 약국에 주사제를 가서 사와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을 찾는 외래환자들은 원내 외래조제실이 폐쇄돼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 병원 밖에 있는 약국에서 주사제를 구입한 후 다시 병원에 와서 주사를 맞아야 한다.

환자들이 진찰 후 주사를 맞을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종전보다 엄청나게 길어졌고 불필요하게 부담하는 추가비용도 몇배나 증가하였다.

때문에 국가 재정부담이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의료보험재정은 적자가 확대되고 있으며 국민은 급격한 보험료 인상에 불만이다.

이와 같은 사태를 초래한 주 요인은 주사제를 의약분업에 포함시켰기 때문인 바 지금이라도 주사제는 의약분업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주사제는 약사의 조제대상이 아니다. 약사법 제 2조 제 15항을 보면 '조제라 함은 일정한 처방에 따라 두가지 이상의 의약품을 배합하거나 한가지의 의약품을 일정한 분량으로 나누어 특정한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데 사용되도록 약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약국에서 주사제를 취급하는 것은 판매행위일 뿐 결코 조제라 할 수 없는 것이며, 주사제를 의약분업에 포함시키려 함은 약국의 수입을 보장해 주는 것 외에 다른 명분이 없다.

둘째, 불필요한 비용의 낭비를 초래한다. 환자가 약국에 가서 주사제를 구입할 경우 주사약대 외에도 약국관리료, 조제기술료, 복약지도료, 약국조제료 등의 명목으로 2,830원을 추가부담해야 한다.

이는 연간 3000억원 이상의 불필요한 비용을 보험재정에서 부담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결국 보험료에 의해 국민에게 돌아오게 된다.

셋째, 환자 및 보호자의 시간손실이 극심하다. 주사제를 원외 약국에서 구입해 올 경우 환자는 병원에서 접수, 수납, 진찰 및 처방전 발급절차를 밟아야 하며 약국에 가서도 접수, 수납, 주사제 구입 절차를 거친 다음, 다시 병원에 와서 접수, 수납 후에 주사를 맞아야 하므로 환자와 보호자는 하루 온종일을 병원과 약국을 오가며 소비해야 한다.

넷째, 주사제를 의약분업에서 제외하여 의료기관에서 직접 취급하게 할 경우 의료기관이 주사제 사용을 늘릴 것이라는 주장도 억지이다.

이미 의약품 실구입가 상환제가 시행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의료기관이 주사제 사용을 늘린다고 이윤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주사제 사용율이 선진국에 비해 다소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주사를 선호하는 국민들의 의료관행 때문이며, 장기계획을 세워 홍보와 교육을 통해 개선해야 할 일이지 국민에게 불편을 가해 개선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의약분업은 그 취지를 살리면서 국민의 불편과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불편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정책은 이미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볼 수 없다.

성익제 대한병원협회 사무총장

[반대] 정부 주사처방료 올려 남용 부채질 상황

주사제에 대한 논란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부끄러운 일이다.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쓰는 외국에 비해 주사제가 남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서도 우리는 세계 평균치의 3배를 쓰고 있다. 가벼운 외래환자에게도 이를 마구 써온 결과이다.

주사를 맞아야만 치료받은 것으로 느끼는 환자들의 잘못된 인식, 이에 영합해온 진료 행태가 세계 제일의 주사 소비국을 만든 것이다.

때문에 의약분업을 시작하면서 주사제를 포함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주사제도 약이므로 처방이 공개돼 중복투약여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했고, 불편을 가중시켜 사용률을 낮추려는 목적도 함께 고려됐다.

대신 꼭 필요한 환자는 불편을 덜 수 있도록 예외를 많이 두었기 때문에 분업에 포함된 주사제는 15%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것마저 예외로 한다는 것은 의약분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원칙을 훼손할 뿐 아니라 주사제 사용실태를 파악할 수 없게 되고 남용을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예외론자'들은 환자의 불편이 심하고, 작년 7월 의약분업이 시작이후에도 주사제 남용이 줄지 않았음을 내세우고 있으나 불편을 문제 삼으려면 꼭 그 주사를 맞아야만 했는가, 먹는 약이 없었는가도 함께 분석했어야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외래환자들은 먹는 약이 있는데도 주사를 맞았거나 중복투약을 받았다. 남용이 줄지 않았다면서 분업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6개월만의 경험치로 속단하려는 우를 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사제 과용을 부추긴 정부의 실책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작년 8월 정부는 의료계 파업투쟁이 확산되자 보험수가를 대폭 인상시켰다. 의료계를 달래기위해 주사 처방료를 듬뿍 올려 주사만 단독처방시 46%를 인상했고, 먹는 약과 함께 주사 처방을 할 때는 있지도 않던 주사 처방료 1,460원을 신설했다.

주사를 놓아야 수익이 늘어나는 조치를 정부가 했으니 남용이 늘어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주사 처방료 등을 없애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일부 제약회사는 벌써 주사제를 판촉 수단으로 쓰려고 준비중이다.

값이 싼 주사제를 의원급에 무상 제공하여 환자에게도 무료투약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자기 회사 약을 처방하도록 판촉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사제는 의사에게 접근하는 좋은 미끼가 될 판이다.

약사측에서는 이권이 아닌 원칙의 문제임을 알리기 위해 주사제는 조제료를 안받아도 좋다고 선언했다.

의료계의 독선적 강경투쟁 때문에 변질된 분업이 더 이상 의료계 위주로 왜곡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의약분업의 정착을 바라는 일념에서 양보를 해가며 의ㆍ약ㆍ정 협의에 응했고, 그 내용이 약사법 개정에 반영될 것을 기다렸더니 엉뚱하게도 협의에 없었던 주사제문제로 분란을 일으키는 정부와 일부 정치인들의 갈지자 걸음을 어찌 납득하란 말인가.

신현창 대한약사회 사무총장

■주사제 사용실태

주사제를 의약분업 대상에 포함시킬지, 제외할 지에 대해서는 의약계의 입장이 엇갈리지만 주사제 남용을 걱정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1997년 현재 우리나라의 주사제 처방 빈도는 56.6%.

병원에 두 번 가면 한 번 이상 주사를 맞는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약값의 33.4%가 주사비로 나갈 정도다. 진료과목별로는 일반외과 (78.8%)와 비뇨기과(73.4%)의 주사제 투약률이 높이고 정신과(12.1%)와 신경과(23.8%)가 낮은 편이다.

반면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같은 시기 세계 평균은 17.2%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 수치도 세계 평균이어서 의료 선진국의 비율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주사제는 용액으로, 무균제작 하기 때문에 같은 효능의 약품보다 값이 5~40배 비싸다. 또 장기간 보전을 위해 항산화제 등을 넣는데 이것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환자에게 쇼크가 일어날 가능성이 약보다 높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사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우리의 의료 관행을 우선 꼽을 수 있다. 환자는 약보다 주사가 효과가 크다고 생각하고, 의사도 치료비의 상승을 가져오는 주사 요청을 굳이 거절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효과는 어떨까. 서울대 약대 신완균교수는 "주사제는 몸에 흡수되는 시간이 짧아 효과가 빠른 것처럼 느껴지지만, 먹는 약도 완전히 흡수가 되면 주사제와 효과가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의료 선진국에서는 의사가 가벼운 질환에 걸린 환자에게 주사를 놓았다면 주사 처방료를 지급하지 않는 방법 등을 통해 사용을 억제하고 있다.

한편 주사와 관련된 비용으로는 주사제값, 주사 처방료, 시주료(施注料ㆍ주사를 놓는 행위에 대한 수고비) 등이 있는데 정부는 주사제가 의약분업에서 제외되면 처방료와 시주료는 없앨 계획이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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