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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 박효신 "잘 익은 가수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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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 박효신 "잘 익은 가수 되고 싶어요"

입력
2001.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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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이 2000년 최고의 목소리로 선정했던 박효신(20), 갓 스물의 나이이건만 그의 목소리에는 서른은 훌쩍 넘긴 듯한 원숙함과 관능미가 흐른다.윤상 유희열 김동률 등 내로라 하는 작곡가들이 참여한 2집에서 '대형가수'로서의 지평을 한껏 넓혔다.

1집이 그의 가창력의 폭을 보여주는 앨범이었다면, 2집은 그가 소화해낼 수 있는 감성의 한계를 실험하는 데 중점을 뒀다.

서슴없이 '000표'라는 레이블을 붙일 만큼 개성이 강한 작곡가들의 곡에다가, 파워풀하게 내지르는 그의 종전 스타일과는 달리 대부분 섬세하고 애잔한 감성을 담은 곡들이라 감정을 절제하는 일이 그만큼 필요했다.

박효신의 보컬은 잔잔한 오케스트라 선율이 흐르는 김동률표 발라드 '동경'에서 애잔한 감성으로 젖어든다.

윤상이 만든 타이틀곡 '먼곳에서'에서는 곡의 흐름을 자유자재로 타고 있다. 귀가 번쩍 뜨일 만한 곡은 '변심'. 펑키한 리듬을 탄력있게 짚어내는 박효신과, 보이쉬하면서도 울림이 깊은 신인 전소영의 보컬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녹음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곡은 유희열의 '위안'. 유희열 특유의 여리고 담백한 감성을 내기 위해 파워를 조절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너무 답답해서 녹음실 밖으로 나와 몇 번 숨을 고르기도 했어요."

장르와 스타일을 넘나들면서 그가 내린 결론은 무엇을까. "아직 제 목소리를 잘 모르겠어요. 된장 우려내듯, 오랫동안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맞는 스타일을 찾아야겠죠."또 자신과 임재범과의 차이에 대해 "느낌이 비슷하다는 지적은 인정합니다.

. 아직 제 목소리의 절반도 보여주지 못했으니까요"라고 말한다. 한풀 접는 듯 하면서도 자신감이 넘쳐난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목소리''신이 내린 보컬'등, 1집에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신인답지 않은 기량에 대한 격찬에도 불구하고 '너무 힘이 들어갔다'는 평가도 없지 않았다. 이번 앨범에서는 특유의 파워에 팝발라드의 감성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단지 노래를 잘 부르는 보컬리스트로서가 아니라 다양한 감정을 절제하며 소화할 수 있는 '대형가수'로서의 첫 시험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셈이다.

박효신은 음악프로그램을 제외한 일체의 방송에 얼굴을 비치지 않으면서 데뷔 1년만에 단독 콘서트만 네 번을 치렀다.

뮤지컬 '록 햄릿'에서, 들국화 헌정앨범의 '그것만이 내세상'에서도 기대 이상의 기량을 보이며 자신의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요즘 가요계를 주도하는, 화려한 '개인기'를 갖춘 '싱잉 엔터테이너'와는 거리가 먼 셈이다. "사실 안타깝죠.

다 잘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잖아요. 무엇보다 앨범을 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래로서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을 담아낼 수 있는."

"오래 숙성한 위스키처럼 잘 익은 가수가 되고 싶어요."그래서 모던록, 소울 등 모든 장르를 자기 식으로 소화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한다. 과연 십년이 지난 후면 그의 '술맛'은 얼마나 깊어질지 기대된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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