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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송위원장의 책무와 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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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송위원장의 책무와 망발

입력
2001.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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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 방송위원장이 국회 답변에서 방송의 신문비평 활성화를 추진 하겠다고 말했다. 언론개혁을 위한 방송의 역할을 촉구하는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면서, 자신이 주재하는 비공식 방송사 사장단 회의를 통해 신문비평 활성화를 유도하겠다고 구체적 방안까지 밝혔다. 또 이는 새 방송법이 표방한 옴부즈맨 프로그램 활성화에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우리는 방송위원장의 발언을 직분과 원칙을 벗어난 망발로 본다. 방송이 신문비평에 나서는 것을 고깝게 여겨서가 아니다.

방송위원장이 방송사 사장들에게 신문비평을 강조하겠다는 것부터 도무지 얼토당토 하지 않다. 사석이라면 또 모를까, 방송위원장 직책을 내건 자리에서 신문의 현실을 걱정하고 비평 프로그램 편성을 입에 올리겠다는 것은 터무니없다.

도대체 자신의 고유한 책무와 방송 편성권 독립원칙 등을 제대로 인식하고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방송위원장은 방송 현실을 걱정하고 바로 잡는데 지식과 권한을 다 쏟아도 모자랄 것이다. 이 땅의 공영방송은 공영성 제고는 커녕, 갈수록 시청률 경쟁에 매달려 선정과 오락성으로 치닫고 있다.

민영방송의 저질화는 이를 나위조차 없다. 오죽하면 주무 장관이 "자리를 걸고 선정ㆍ폭력성을 뿌리 뽑겠다"고 공언했겠는가. 하물며 방송위원장이 그 심각성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방송의 오락성과 사회비판 기능은 별개라고 말할 것이다. 또 신문비평은 사회비판의 주요분야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방송 종사자들은 제쳐두고, 방송위원장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공영방송과 미국의 공영 PBS 등의 프로그램 편성표와 우리 공영방송의 그 것을 비교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명색이 언론학자로서 대중 영합적 오락성에 치중하는 방송 현실에 자괴감과 개혁의지를 갖지 않는다면, 굳이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 방송의 대중적 영향력이 기형적으로 높은 것은 이런 오락성에 바탕한다. 이런 사실은 눈감은 채, 방송이 수행해야 할 다양한 사회비판기능 가운데 신문비평부터 들먹이는 건 우습다. 이걸 빈약한 방송 옴부즈맨 기능 강화라고 강변하는 것은 학자적 양심마저 의심케 한다.

방송위원장은 가뜩이나 시비되는 독립적 위상을 한층 실추시키고, 정부의 언론개혁 드라이브에 영합한다고 지탄 받은 것을 크게 반성해야 한다.

본분에 충실할 자신이 없으면, 언론 연구자로 되돌아가야 마땅하다. 그 것이 판공비 불법사용 시비 등 갖가지 오욕을 되풀이 덧칠 하지 않는 길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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