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무서워요." 17일 승용차로 두 자녀와 함께 출근하던 정모(57)씨는 신촌로터리 근처에서 눈길에 바퀴가 헛돌면서 잠시 갈지자 걸음을 했다.단 몇 초에 지나지 않았지만 뒤따라 오던 버스는 경적을 울리며 채근했다. 그 버스는 정씨가 다음 신호등 붉은 신호에 멈춰서자 대각선 방향으로 정씨 승용차 앞을 막은 채 "운전 똑바로 하라"는 듯 눈을 부라렸다.
조금지나 아현동 삼거리에서도 이런 일은 반복됐다.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었지만 정씨는 교차로에 아직 차가 남아있어 잠시 기다렸다. 신호대로 나갔다가는 교차로에서 차량이 엉켜 오도가도 못할 지경이 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뒤 차들은 전조등까지 깜빡이며 정씨를 재촉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1999년 인명피해가 난 교통사고는 27만5,938건으로 사망자만 9,353명, 부상자는 40만2,967명에 달했다.
녹색교통운동 민만기(37) 사무처장은 "단 몇 초도 기다리지 못하는 조급증은 남을 배려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함께 간다는 공공의식보다는 내 입장만 생각하는 낙후된 시민의식 탓에 교통후진국의 오명을 안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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