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오르면 소비가 살아난다", "소비가 살아나야 주가가 상승한다."폭락했던 주가가 올들어 반등한 것과 동시에 가계 소비심리(1월중) 역시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주가와 소비의 인과관계를 둘러싼 논쟁이 증시와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가 상승이 소비를 살려 궁극적으로는 경기를 회복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또다른 전문가들은 "소비심리가 완전히 회복되면 주가도 덩달아 오른다"는 정반대의 논리를 펴고 있다.
■주가는 소비를 이끈다(주가선행론)
현대투신증권은 20일 내놓은 '주가 변동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분석자료에서 1977년부터 2000년 3ㆍ4분기까지의 주가수익률과 소비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주가지수가 1% 상승할 경우 소비는 0.06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현대투신증권 김승현 연구원은 "소비재중에서도 승용차, 가구, 가정용기기 등 고가 내구재와 주가의 상관관계(탄력치 0.059)가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현대투신증권은 "올 하반기 이후 종합주가지수가 800선 이상, 코스닥지수가 110선까지 상승할 경우 주가상승에 따른 '자산증대효과(Wealth Effect)'로 민간소비가 최대 9%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비가 주가를 이끈다(소비선행론)
현대증권 리서치센터는 '소비선행론'을 주장하고 있다.
현대증권도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주가는 체감 경기지표와 비교적 동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1~2개월 정도 가계소비심리가 회복되는 모습이 계속된다면 주식시장도 상승추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조사팀장은 "소비심리가 바닥권에서 다소 회복된 것일 뿐, 민간소비 증가 및 설비투자 증가에 의한 국내수요 증가가 전반적 경기회복으로 이어지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전망했다.
■누구를 위한 주가상승인가
한국은행은 '주가선행론'의 입장에서 최근의 주가상승이 상위 소득계층에게만 혜택을 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은 특별연구실 거시경제팀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주가가 10% 상승할 경우 1분기(3개월) 후의 소비가 0.6%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주가가 상승할 경우 상위 소득계층만이 소비하는 사치성 소비재 소비는 크게 늘어나는 반면 주식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서민들의 소비는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회복을 위해 이자율을 낮추고 주가를 띄우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가뜩이나 심해진 소득의 양극화 현상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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