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다른 점이 있지만 판단은 국민들에게 맡긴다."(김대중 대통령), "진실만이 최후의 승리자가 된다."(김영삼 전 대통령)16일부터 서점에 깔린 김영삼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출판계의 표현으로는 '기록적인 초(超) 베스트셀러가 될 조짐'.
게다가 정치권에서 비롯된 '비자금 수사유보'등에 대한 진위 논란이 일반인들로까지 비화, 어디서나 논쟁과 함께 "DJ가 옳다. YS가 옳다"는 편가르기 공방까지 벌어지는 등 때아닌 '회고록 파문'이 번져가고 있다.
중년 남성들 즐겨찾는 '超베스트셀러'
■서점에서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이 "회고록을 문제 삼는 것은 국민의 관심을 끈 데 당황한 것"이라고 주장할 만큼 YS 회고록은 확실히 이상 판매열기를 타고 있다.
서울 중심가 대형서점마다 비소설ㆍ정치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일찌감치 오른 것은 물론, 관련 도서 가운데서는 판매량이 "유례를 찾기 힘들" (영풍문고 박현진ㆍ22) 정도다.
교보문고 정치ㆍ사회도서 북마스터 한경숙(39)씨는 "하루 평균 100여권씩 팔려나가 정치ㆍ사회부문에선 기록적인 판매량"이라며 "50대 전후의 중년 남성들이 주 고객"이라고 말했다. 종로서적 등에서도 하루 판매량 40권 전후로 '모택동비록'등 기존 정치ㆍ사회 베스트셀러들을 압도하고 있다.
"세게 나오네" "역사왜곡" 곳곳 진위 논란
■시중에서
회사원 장재웅(32)씨는 "비자금수사 유보 등의 내용을 놓고 사무실 등에서 연일 논란이 벌어진다"고 전했고 대학생 김주한(23)씨는 "한 쪽은 '증거가 있다'고 하고, 다른 편은 '역사의 왜곡'이라고 하니 진실이 뭔지 모르겠다"면서도 "아무튼 요즘 친구들이 만나면 으레 이 책이 화제에 오른다"고 말했다.
사이버공간은 더욱 과열돼 있다. "YS가 강력하게 나오니까 대통령이 꼬리를 내린다.", "비방독설만 하니 정말 구제 받을 수 없는 인간"이라는 등의 감정적인 글이 PC통신사 게시판마다 연일 수백개씩 오르고 있다.
한편 검찰은 19일 이례적으로 회고록 가운데 1998년 2월 김 전 대통령이 검찰 질문서에 답변한 내용과 차이나는 부분을 공개해 주목을 끌었다.
검찰은 "회고록에는 IMF 외환위기 직전 당시 강경식 부총리, 김인호 경제수석 등으로부터 보고와 조언을 받은 사실을 빼놓았다"며 "임창렬씨를 부총리로 지명한 시기 등도 답변서 내용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소모적 정쟁 그만… 진솔한 고백 아쉬워"
정치개혁시민연대 김석수 사무차장은 "시비를 분명히 가려 더 이상의 소모적 정쟁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김 전 대통령부터 증거를 제시, 스스로를 '실없는 사람'으로 만들지 말 것"을 요구했다.
대통령학 전문가인 고려대 함성득(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 회고록에서는 국가기밀이나 현직인사에 대한 직접 공격은 삼가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정책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진솔한 고백으로 실제 국정운영에 도움을 주는 회고록 문화가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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