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의 싼 자리 표가 안팔린다. 공연은 꼭 보고 싶은데 지갑은 얇은 사람들이 찾던 싼 자리가 텅 비고 있다.비싼 1, 2층은 팔려도 싼 3, 4층은 썰렁하다. 재래시장은 장사가 안된다고 울상 짓고 고가 제품만 모아놓은 백화점 명품관은 붐비는 소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공연장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17일부터 공연 중인 뮤지컬 '렌트'는 아예 4층을 닫고 4층 입장권 값인 2만원에 3층 표를 팔고 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의 4층 객석 폐쇄는 처음 있는 일이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싼 자리가 안팔리는 현상이 지난해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지난해 7월 '렌트'를 처음 했을 때도 비싼 자리는 표가 없어 못 팔았지만 4층은 표 팔기가 힘들었다고 전한다.
지난 연말부터 올 1월까지 재공연된 또다른 뮤지컬 '명성황후'도 마찬가지였다는 것. 이러한 현상은 올들어 악극의 부진에도 나타난다.
설날 전후로 선보인 '여로' '무너진 사랑탑' '애수의 소야곡'은 큰 돈을 못 번 것으로 알려졌다. '했다 하면 대박'이라던 악극도 찬바람을 맞은 것이다.
예전에는 제일 비싼 자리와 제일 싼 자리부터 먼저 팔리곤 했다. 싼 자리가 안팔리는 것은 IMF 이후 경제난과 어두운 경기 전망에 공연을 보려는 여유가 줄어든 탓으로 분석된다.
이는 공연시장을 떠받치는 중요한 기반의 붕괴를 가리킨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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