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6%대의 이자를 받고 정기예금에 가입하느니 차라리 은행 신탁에 가입하겠다."주식시장 폭락과 함께 '마이너스 수익률' 상품이 속출하면서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했던 은행 신탁이 서서히 부활의 날개짓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 신탁 수탁액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지만 올들어 감소폭이 급격히 줄어드는 등 회복세가 역력하다.
신탁 수탁액은 지난해 매월 1조~5조원씩 계속 줄어들었지만 1월 624억 감소하는데 그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10일까지 오히려 1조3,113억원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저금리에 대한 일시적인 반사 효과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깎아내리고 있지만 일부 신상품의 인기몰이 바람이 거세 '신탁 부활'의 기대감을 낳고 있다.
■기폭제 역할하는 신노후생활연금신탁
지난해 7월1일 채권시가평가제 전면 실시와 함께 선보인 신노후생활연금신탁은 신탁의 전반적인 하락세 속에서도 서서히 인기를 얻으며 대표 신탁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이 상품의 은행권 수탁액은 판매 초기만해도 월 1,000억원 안팎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2월 4,781억원, 1월 1조3,080억원, 2월(10일 현재) 1조571억원 등으로 급증세를 보이며 신탁 부활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상품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은 운용실적이 나쁘더라도 최소한 원금이 보장될 뿐아니라 예금자 보호대상 상품에도 포함돼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5,000만원까지는 보호된다는 점.
신탁의 가장 큰 단점인 '고위험 리스크'를 제거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가입 후 1년이 지나면 4,000만원까지 세금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고객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연 15%를 넘나드는 고수익률. 19일 현재 연환산 수익률로 계산할 때 주택은행이 16.51%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데 이어 한미 15.55%, 신한 15.48%, 한빛 14.93% 등으로 일반 정기예금 금리의 2~3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신상품에 주목하라
이달초 은행권과 투신권에서 일제히 선보인 새로운 개인연금신탁도 신탁 부흥의 중책을 맡고 있다. 아직 판매가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판매실적은 미미한 편.
하지만 소득공제 한도가 지난해 72만원에서 240만원으로 대폭 늘어나 기존 상품과 함께 두 종류의 상품에 모두 가입할 경우 연간 최대 312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은행들이 계약이전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나섰지만 계약을 자유롭게 이전할 수 있도록 설계돼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연금을 가입한 금융기관의 수익률이 낮으면 수익률이 높은 금융기관을 좇아 이리저리 옮길 수 있다. 이 상품 역시 원금이 보장되고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가 된다는 점에서 차차 고객들의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달말께부터는 상품가입 후 1년만 지나면 이자소득에 대해 분리과세 혜택을 주는 분리과세신탁 상품도 등장한다. 은행권 공동상품인 이 신탁은 신규가입일로부터 1년이 지나면 중도해지수수료를 물지 않고 세법에서 정한 규정에 따라 분리과세 선택이 가능한 것이 특징.
은행권에서는 이 상품이 이자소득이 많아 종합과세에 대비해야 하는 고소득층에게 매력적일 것으로 보고 벌써부터 판매전략 수립 등에 여념이 없는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인 신탁상품은 여전히 부진한 반면 원금보전, 세금우대 등 다양한 혜택이 부과된 신상품 덕에 모처럼 신탁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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