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자기 가게만 잘 보이게 하려는 이기적인 생각이 서울을 망치고 있습니다."지난달 방한한 미국인 관광객 메리 레클레어(48)씨는 호텔을 나서면 땅만 보고 걷는다. 처음에는 목적지를 찾기 위해 두리번 거리기도 했지만 온통 새빨간 간판이 건물들을 가려 찾을 수가 없자 포기했다. 더군다나 한눈이라도 팔면 입간판에 걸려 넘어지기 일쑤이다.
레클레어씨는 "서울은 밀림보다 더 어지럽게 느껴진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이 온통 광고물 폭력에 몸살을 앓고 있다. 불법 간판들이 아예 도시 전체를 도배하고 있고, 보도를 점령한 각종 광고물 때문에 시민들은 곡예하 듯 걸어야만 한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현재 서울시의 간판 광고물은 63만5,600여개. 이중 30%인 19만4,700여개가 불법 광고물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수치는 현수막, 입간판, 에어라이트(공기와 조명 장치 등을 안에 넣어 기둥모양으로 세운 이동 간판) 등 움직이는 이동 광고물은 집계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 전체 불법 광고물은 100만개도 훨씬 넘을 것이라는 추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참다 못한 서울시가 불법 광고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시는 먼저 6차로 이상의 주요 간선도로 및 2002 월드컵 행사 관련지역 불법 광고물을 대상으로 내달부터 전문 철거업체들에 용역을 줘 강제정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단속권이 각 자치구에 있는 점을 감안, 불법 광고물 정비실적에 따라 지방교부금 배정을 차별화하는 한편 상?하반기 우수 5개구는 각 10억원의 특별교부금도 지원키로 했다.
또 입간판과 에어라이트 등 불법 이동 광고물에 대해서는 사전 예고없이 즉시 현장에서 수거?폐기하고 벌금도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으로 관련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시 관계자는 "폭력 수준에 이른 불법 광고물을 정비하기 위해 모든 행정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시장이 직접 구청장과 함께 광고물 정비를 지휘하는 한편 시민운동단체와도 연계, 월드컵 이전에 정비를 마치겠다"고 말했다.
민선 구청장들이 선거를 의식, 단속업무를 기피함에 따라 무허가 건축물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적발된 무허가 건축물은 모두 2만7,141건. 그러나 이중 정비된 건축물은 8,487건에 그쳐 정비율이 31.3%에 머물고 있다. 이는 94년 57%, 97년 46%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235건의 불법 건축물이 발생한 중구는 고작 174건을 정비, 정비율이 14.1%에 머물렀다.
은평구도 973건의 불법 건축물 가운데 144건만을 정비, 정비율이 14.8%, 종로구도 1,184건의 불법 건축물 가운데 183건만을 정비, 15.5% 였다.
이 때문에 미정비 무허가 건축물이 1,000건 이상 되는 자치구도 7개구나 됐다. 서초구가 2,72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강동(1,907) 강남(1,811) 노원(1,061) 중구(1,061) 등이 잇고 있다. 서울시 전역이 불법 광고물에 이어 불법 건축물로 홍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이날 무허가 건축물 단속을 강화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단속 실적에 따라 우수구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자치구에 으름장을 놓았다.
또 주민신고엽서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건축물대장에 위법건축물임을 표기, 불이익을 주는 방안 등도 추진키로 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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