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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포커스 / 남북태권도 교류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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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포커스 / 남북태권도 교류 급물살

입력
2001.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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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스포츠 교류 가운데 태권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12일 북한 조선태권도위원회 황봉영 위원장이 남북 태권도 시범단 교환을 위한 국장급 실무접촉을 내달 12~13일 금강산 지역에서 갖자고 제의했다.이어 남측에서도 문화관광부가 14일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태권도 남북교류와 태권도 대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태권도는 남북 스포츠 교류 중 북측이 유일하게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종목. 북한은 지난해 12월 제4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도 태권도 교류와 통합을 제의해 와 남측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6.15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을 동행한 김운용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에게 남북 태권도가 하나로 합쳐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제의, 최근의 움직임은 바로 그 연장선 상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세계태권도연맹과 대한태권도협회측은 태권도 통합과 교류에 대한 북측의 제의 이후 긍정적인 검토를 한다는 입장에 따라 현재 실무위원회가 구성돼 시범단 교류를 위한 구체적인 작업을 하고 있어 시범단 교류는 올해 중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여타 스포츠 부문에서 북측이 고자세인 반면 태권도 만큼은 적극적인 교류 움직임을 보이는 배경은 세계 태권도의 흐름이 남한의 태권도, 즉 세계태권도연맹의 주도하에 있기 때문이다.

세계태권도연맹과 북한이 지원하는 국제태권도연맹은 1970년대 이후 태권도 세계화 과정에서 치열한 세 불리기로 오랜 갈등을 겪어왔다.

하지만 남한 태권도가 88년 서울 올림픽 시범종목 채택을 계기로 스포츠화에 성공하면서 태권도 세계화의 주도권을 쥐게 됐고, 국제태권도연맹의 세는 크게 위축돼 있는 상태이다.

국제태권도연맹을 이끄는 수장은 육군 소장 출신의 최홍희씨(82)로 박정희 정권과의 마찰로 주 말레이시아 대사로 있던 1972년 캐나다로 망명한 반한 인사.

최씨는 1954년 개별 명칭을 쓰던 6개 무도관을 통합, '태권도'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만들어낸 창시자로 태동기의 남한 태권도를 이끌었다.

북한은 망명한 최씨를 초청, 시범을 보인 뒤 국기로 채택됐다. 이후 김운용 총재의 남한 태권도와 최홍희씨의 북한 태권도는 세계를 무대로 갈등과 대립을 계속하며 독자적인 발전을 해왔다.

30년간 독자생존의 길을 걸어온 남북한 태권도는 이름만 같을 뿐 내용은 전혀 다른 형태로 변모했다.

즉 남한 태권도는 세계화 과정에서 급격히 스포츠화 했고 북한 태권도는 무술적 성격이 여전히 강하다. 경기 규칙과 품새(동작), 용어, 겨루기 등에서도 전혀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예컨대 품새만 보더라도 남한 태권도는 태권1~8장, 고려 금강 태백 등 17개 품새 1,000여 부분동작을 취하고 있는 반면 북한 태권도는 단군 을지 포은 등 역사적 인물을 인용한 24개 3,000여 품새로 이루어져 있다.

북한의 겨루기는 킥복싱처럼 장갑을 끼고 손으로 얼굴을 때리는 것을 허용하는 등 겨루기 역시 판이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따라서 태권도 대통합까지는 남북통일만큼이나 험난한 길이 될 것이란 게 태권도계의 전망이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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