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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구조조정, 전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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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구조조정, 전부가 아니다

입력
2001.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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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어디를 가나 모두 구조조정 얘기뿐이다. 이 시점에서 구조조정만큼 중요한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구조조정도 제대로 되지 않는 터에 다른 일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말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만으로 모든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어려운 과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은 지금 우리 발목을 잡고 있는 애로요인을 제거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족쇄를 풀고 자유로운 몸으로 달릴 수 있게 만든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작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지는 궁극적으로 체력에 달려 있다. 체력이 워낙 약하면 자유롭게 뛰게 만들어 주어도 뒤쳐지기는 마찬가지일 따름이다.

여기서 체력이란 것은 기업이 갖고 있는 기술력 혹은 생산성을 뜻한다. 우리 기업들이 이 측면에서 세계 유수의 기업들에 비해 크게 뒤쳐져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이 기술력의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우리 경제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문제가 오히려 더 심각해지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기술력을 세계수준으로 높이는 방법은 딱 한 가지밖에 없다. 그것은 교육과 연구에 대한 꾸준한 투자다.

말로만 부르짖는다고 학문의 기초가 없는 척박한 풍토에서 첨단기술의 꽃이 개화할 리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는 첨단이니 벤처니 하는 구호만 무성할 뿐, 교육과 연구를 개선하려는 실질적 노력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바로 이 시점에서 특히 우려되는 것은 날로 황폐해지고 있는 우리의 교육현실이다. 솔직히 말해 나는 중고등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교실붕괴'의 진실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나 내가 가르치는 대학생들의 학력이 눈에 띄게 저하되고 있다는 사실만은 잘 알고 있다. 이와 같은 학력 저하 현상은 지난 몇 년 동안 점차 더 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공계 입학생 중에 간단한 미적분문제도 풀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학생들에게 가끔 영어로 된 책을 읽게 하지만 과연 어느 정도나 이해하고 읽는지 의문이다. 대학 공부를 할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입학하니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는 교사들이 잘못 가르쳐서도 아니고, 학생들이 공부를 게을리 해서도 아니다. 모든 책임은 잘못된 우리의 교육정책에 있다.

단지 학력 저하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각종 고시 혹은 자격시험과 관련된 과목만 문전성시를 이루는 대학의 현실은 더 큰 우려를 자아낸다.

대학이 이렇게 본연의 모습을 잃고 모두 시험준비 학원이 되어 가고 있다. 이런 메마른 지적 풍토에서 미래를 위한 준비가 제대로 될 수 있을까. 세계 일류는 커녕 삼류로나 전락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 판이다.

그 동안 교육개혁을 한답시고 난리를 떤 결과가 겨우 이것이냐고 묻고 싶다. 무엇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는 몰라도, 오히려 나빠진 것이 더 많아 보인다.

교육의 목적이 오직 생산성을 높이는 데만 있지 않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세계화의 거센 물결을 타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적자원의 확보가 무엇보다 절실한 과제다. 이 점에서 지금의 우리 교육은 결코 합격점을 받을 수 없다.

이는 교육에 돈만 많이 쏟아 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의 목표와 우선순위를 바로잡는 일이다.

이것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많은 돈을 쏟아 부어도 전혀 소용이 없다. 하릴없이 대학입시제도나 이리저리 뜯어고치는 근시안적인 대응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구조조정도 근심스럽지만 그 뒤가 더욱 걱정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준구 서울대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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