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보리 비누, 비달사순 샴푸, 위스퍼 여성생리대, 팸퍼스 기저귀, 주방세제 조이 등10여 개에 달하는 각종 생필품 브랜드 제품을 내놓고 있는 한국P&G㈜의 앨 라즈와니 사장(44). 이름조차 기억하기 힘든 300여 개의 P&G제품 중 그가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고 아끼는 제품은 길다란 원 통에 든 감자칩 '프링글스'다.
'새우깡' 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동그란 모양에 오리지널ㆍ양파ㆍ치즈ㆍ매운 맛 등 '다양한 맛'의 감자칩을 소개한 '프링글스'는 국내 감자칩 시장에서 50%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라즈와니 사장은 '프링글스 사랑'에 대해 "남녀노소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즐거움(fun)' 때문"이라고 말한다.
감자칩은 미국인들의 가족 모임이나 TV시청 때 빠지지 않는 '국민스낵'. 그의 프링글스 사랑 때문에 직원들은 그를 '미스터 프링글스'로 부르기도 한다.
'프링글스' 만큼 신바람 나고 가정적인 사내문화를 이끌어가려는 그의 노력이 한국P&G 직원들의 생활 속에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
라즈와니 사장의 경영 스타일은 마케팅 출신답게 개방적이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말 그대로 자유스러움이다.
독선적이며 상명하달의 경영방식에 익숙해온 직원들은 그런 그의 자유분방함에 당혹감마저 느끼기도 했다. 캐주얼 복장에 천진난만하게 느껴질 만큼 순수한 그의 표정에선 권위적인 측면이라곤 털끝만치도 찾을 수 없다.
직원들과의 일상 대화 중에도 상대방의 말을 절대 끊는 법이 없는 그는 '귀 큰 CEO'로 자리를 잡았다. 그는 "CEO의 리더십은 조직원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데 모아져야 한다.
이것은 위로부터의 헌신적인 지원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그런 그의 조직 운영론은 대부분 한국 기업의 문화와는 뚜렷이 대비된다.
"자유로운 조직은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경직된 조직보다 훨씬 큰 힘을 발휘합니다. 한국적 사업환경에서 가장 시급하게 보완돼야 할 부분이기도 하죠."
외환위기 직전 쌍용제지를 인수한 P&G는 지난 3년간 두개의 다른 사내문화를 자연스럽게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한국 직원들은 강도 높은 업무에도 몸을 바치는 성실함과 신속한 의사결정, 기민한 조직력 등이 큰 장점"이라고 꼽는 라즈와니 사장은 "반면 투명성이 모자라고 조직을 기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 후 P&G의 75년 전통의 '얼굴 브랜드'인 '샤민' 화장지를 국내에 출시, 8% 이상대의 판매성장률을 보이는 등 취임 6개월 만에 전년 동기대비 매출 17%대의 매출성장을 일궜다.
이는 불황기의 성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라즈와니 사장은 "앞으로 10년간 열심히 뛰어 한국 생필품 업계에서 P&G가 넘버원 브랜드로 자리잡는 것이 목표"라며 "뛰어난 한국인 직원들을 해외로 파견하고 사내에서 한국P&G사장이 나올 수 있도록 인재양성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앨 A. 라즈와니 한국 P&G㈜ㆍ쌍용제지㈜ 사장
1958년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출생 (미국 국적)
캐나다 캘거리 대(화학공학 전공)졸.
P&G 캐나다 그랜드 프래리 공장 프로젝트 엔지니어(1981년)/ P&G 미국본사 기저귀 어시스턴트 브랜드 매니저/ 본사 화장지 브랜드 매니저/ 본사 마케팅 이사ㆍ본부장/ P&G 타이완 중화권 화장지 사업본부 사장/ 한국피앤지㈜ㆍ쌍용제지㈜ 대표이사 사장 취임(2000.7)
취미: 여행, 골프(한국 비즈니스 정서에 맞추기 위해 최근 다시 시작)
스트레스 해결: 헬스 클럽에서 적당한 운동
애칭: 빅(Big) 앨 (큰 몸집만큼 보스 기질이 있기 때문)
mail : rajwani.aa@pg.com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차 한잔을 마시며
▲ 취임 후 단 기간에 직원들과의 '거리 좁히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직원들과의 원활한 대화다. 월간 회의와 각 부서별로 7,8명의 직원들과 격주로 토론하는 GM포럼 등을 통해 사업목표를 분명하고 투명하게 알려왔다. 사원들이 일하는 곳을 방문해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MBWA(management by walking around)를 통해서는 경영진과 직원간의 벽을 허무는데 노력했다"
▲ 한국 근무 후 가장 아쉬웠던 일은.
"지난해말 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과 코카콜라 등 회원사 7개 기업 대표단과 함께 베이징을 경유, 북한방문을 추진했으나 입국단계에서 취소된 것이 몹시 아쉬웠다. 앞으로 또 기회는 오리라 생각한다."
▲ 북한에서의 사업이 가능하다면 가장 먼저 출시할 생필품은.
"일단 북한에 들어가 철저한 소비자 조사를 해야겠지만 중국과 동구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경험에 비쳐볼 때 1회용 샴푸나 치약 등이 될 것이다."
▲ 한국 소비자들의 특징은.
"적극적이며 선택에 있어 까다로울 정도로 섬세하다는 느낌이 든다. 대체로 제품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물론 가격에도 민감하다고 생각한다."
▲ P&G제품에 대한 장점을 든다면.
"품질과 적정한 가격이다. (국내업체들을 의식한 듯) 그러나 가격경쟁이 우선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취미는.
"나는 열렬한 주식 투자자다. 매일 2시간 정도 인터넷을 통해 투자대상을 찾곤 한다. 최근 나스닥의 폭락이 아쉽지만 지금까진 매우 성공적이다. SK텔레콤에 약간 투자했다.
장학만기자
■My 키워드
▲ 낮은 데로 임하는 리더십 (Servant Leadership).
라즈와니 사장은 "모든 직원들이 맡은 업무에서 120%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CEO 스스로가 그들의 고충과 문제점을 미리 파악, 해결해주는 '낮은 데로 임하는 자세'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 기업문화의 창조는 서로가 서로에 대한 배움을 통해 이뤄진다.
그는 취임직후 100일 계획을 수립했다. 조직강화를 위해 전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문제점을 파악에 나섰다. 그리고 4가지 목표를 수립했다.
조직력 강화, 경영성과 극대화, 관리능력 강화, 새로운 기업문화창조다. 각 부서 마다 대표자를 선출, 12명이 한조가 되는 리더십 팀을 구성했다.
그리고 부서별로 각기 다른 업무현황과 조직 상호간의 문제점을 자유롭게 토론하게 했고 서로가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되도록 한 것이다.
▲ 직접 소비자들과 함께하는 생활의 느낌 속에 산다.
P&G에서는 '전세계 소비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최상의 품질과 가치를 지닌 제품을 공급한다'라는 이념아래 제품의 기획 개발 생산 품질 관리 마케팅 등 사업 전 과정이 소비자 중심으로 이뤄진다.
라즈와니 사장도 최소한 매주 한 차례 할인점이나 백화점, 가게 등을 찾아 P&G제품의 판매상황을 살핀다. 서툰 한국말로 "누가 이 제품을 주로 사나요"라고 묻는 그는 항상 판매현장에서 새로운 제품과 마케팅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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