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내빈'에 시달려온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이 수술대에 올랐다.정보통신부가 19일 업무보고에서 밝힌 구조개편의 밑그림은 유ㆍ무선 종합통신사업 그룹 형태로 '3자 경쟁체제'를 구축한다는 것.
그 동안 통신시장의 독점, 과당경쟁 폐해는 숱하게 거론됐지만 정부가 구조조정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구조개편의 향방은 현안인 동기식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사업자 선정과 맞물려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구조개편 방침 왜 나왔나
국내 통신시장의 문제는 경쟁 실종과 중복투자로 요약할 수 있다.
유선전화 부문은 한국통신의 독점 강화로, 후발 사업자들이 고사위기에 처해있다.
제2 시내전화사업자 하나로통신의 시장점유율은 고작 0.5%. 시외전화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누적적자를 견디다 못한 데이콤(3,000억원)과 온세통신(600억원)은 사업 포기를 검토중이다.
반면 초고속 인터넷 시장은 과당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2,3위 업체인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의 부채는 각각 1조5,000억원, 1조3,000억원으로, 시설 투자비 조달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중복투자 문제도 심각하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중복투자 규모는 초고속 인터넷 분야만 이미 1,200억원으로, 통신 분야를 통틀어 2005년까지 무려 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정책실패도 문제
사업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무작정 뛰어드는 업체들도 문제지만 주 원인은 정부 정책의 실패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쟁 활성화를 내세워 사업자 선정만 남발하고 후발 업체가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시외전화의 경우 데이콤과 온세통신은 시내 가입자망을 보유한 한국통신에 접속료로 매출액의 60% 이상을 지불하고 있다. 한 정보통신 전문가는 "정통부가 새로운 경쟁 정책을 수립키로 한 것은 결국 기존 정책이 실패했음을 자인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 어떻게 재편될까
3개 사업자군 가운데 2곳은 한국통신과 SK텔레콤으로 윤곽이 드러난 상태.
결국 나머지 한 축이 누가 되느냐만 남은 셈으로, 이는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에 달려 있다. 정통부는 LG나 포항제철이 끝내 동기식 컨소시엄 참여를 거부할 경우 일단 하나로통신 주도의 컨소시엄을 선정한 뒤 향후 구조재편을 유도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안병엽 장관은 이와 관련, "통신 그룹은 꼭 특정 기업의 지분 소유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전략적 제휴나 사업부문별 제휴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LG나 포철이 중심이 돼 제3의 통신사업 그룹이 형성되더라도 2강 체제를 굳힌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의 아성에 맞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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