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62ㆍ사진)씨의 중ㆍ단편 소설전집이 전 3권으로 문이당에서 출간됐다. 1권 '도둑견습'은 1970~75년에 발표된 16편, 2권 '여자를 찾습니다'는 1975~78년의 10편, 3권 '외촌장 기행'은 1977~87년의 11편 등 모두 37편을 실었다.김씨는 근래 경제난 속 서민의 아픔과 그들이 장돌뱅이로 다시 일어서는 생명력을 형상화한 '아라리 난장' 과 '홍어' '화척' 등 장편소설을 주로 집필해왔다.
이번 전집은 그가 장편에 주력하기 전의 문학적 뿌리를 이해하게 해 준다. 그는 뿌리를 이렇게 말했다.
"배경이 고려 때이건 현대이건 간에, 이 땅 위에서 자기 삶을 온전히 버티어 냄으로써 역사를 짊어지고 가는 이들은, 남들이 가장 하잘것없다는 민초들이었음을 내 소설은 되풀이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그의 초기 중ㆍ단편은 넉넉한 해학과 익살과 풍자로 밑바닥 인생을 보여준다. '가진 자의 위선과 허욕에 대한 분노, 당하는 자에 대한 애정과 연민을 담은 이분법적 구도'(평론가 하응백) 아래 그는 '주변인에 의한 주변인의 문학'을 추구했다.
이러한 문학적 입장은 그의 장편에도 이어졌다. '객주'의 웅혼한 남성 문학, '홍어'에서 보이는 여성의 생명력이 짧은 작품들에서 단초가 드러나고 있다.
서사의 황폐화가 운위되고 있는 요즘 문단에서 김씨의 전집은 이야기의 힘과 문학적 열정을 새삼 보여주는 증거이다.
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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