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끊임없이 싸움을 하는 원인은 단 한가지, 차기 정권이다. 한나라당이 틈만 나면 DJ를 걸고 넘어지고, 민주당이 昌을 헐뜯는 것도 알고 보면 차기 정권경쟁을 염두에 두고 하는 일이다.정당이 정권을 잡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특히 우리나라 정당의 경우 그렇다.
우리의 대통령 선거는 올 오아 낫싱(All or Nothing)이다. 이기면 모든 것을 갖고, 지면 모든 것을 빼앗긴다. 국민의 정부 출범이후 정치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이걸 뒷받침 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애매모호한 일들, 잘 해석이 되지 않는 일들도 차기 정권의 문제에 대입하면 쉽게 풀린다.
다음 대통령 선거는 우리 정치사에 어떤 선례도 없는, 처음 겪는 일이다. 수평적 정권교체를 한 뒤 맞게 되는 첫번째 정권경쟁인 것이다.
처음으로 권력을 맛 본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그 권력을 연장하려 하고, 권력을 빼앗긴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재탈환 하려 할 것이다.
어떤 측면에선, 권력을 잡거나 빼앗긴 사람들 보다는 그 주변세력의 염원이 더 크다. 정권을 놓치면 큰 불이익을 당한다고 생각하는 쪽과, 당할 만큼 당했으니 기필코 되찾아야 겠다고 생각하는 쪽이 있는 것이다.
이(利)와 불리(不利), 한(恨)의 정서가 작용하는 탓이다. 이런 상반된 정서가 이심전심으로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자극해 싸움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DJ가 연두회견서 강조한 뒤 여권의 중심 이데올로기로 부상한 '강한 정부 강한 여당론'도 따지고 보면 차기 정권경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강한 정부'는 정권의 추력(推力)을 높이면서 동시에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다지는 것과 일맥상통 한다.
'강한 여당'은 톡 까놓고 얘기하면 차기 정권경쟁의 상대인 야당을 약화시킨다는 뜻이다.
연두회견 전후 일련의 상황들, 의원 꾸어주고 받기, 안기부 돈 수사와 940억원 국고 환수소 제기, 언론사 세무조사 공정거래 조사 등도 결국은 강한 정부 강한 여당론의 연장선상에 있다.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공정위 조사를 정례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여당과 정부밖에 없다. 사람들은 정권이 언론에 손을 보는 것쯤으로 보고 있다.
차기 정권의 문제에 가장 가깝게 있는 사람은 DJ와 昌이다. DJ는 정권의 관리자일뿐만 아니라 정권 재창출 작업에 나선 여당의 총재이고, 昌은 정권탈환 작전을 지휘하는 야당의 총재다.
제아무리 정치적 상황이 복잡해도, 군더더기를 빼고 나면 남는 것은 두 사람뿐이다. 여기에 숟가락 더 얹는 격으로, YS 와 JP가 있다.
이 둘은 차기 경쟁에서 중요한 변수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차하면 한나라당ㆍ민주당과 결별 할 가능성을 내 비치며 주가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정당과 정치 지도자들이 차기 정권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싸우건 말건 그것은 그들의 자유다. 그러나 국가와 국민들이 그들의 정권 차지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상처'를 입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국민들이 쓸데없이 노심초사하고, 정부가 공연히 정권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어렵겠지만, 이쯤에서 여야의 지도자들은 차기 정권경쟁을 유보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적어도 연말까지 사심을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DJ는 '노벨상 탄 분답게' 국민 신뢰를 얻을 것이며, 昌은 한층 '큰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갖출 것이다.
이와는 달리, DJ 정권의 정권 재창출 의지가 점점 더 강해지고, 昌이 청와대 문고리를 잡은 행세를 하면 할수록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얻으려 하면 할수록 멀어진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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