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폭설이 내린 지난 15일 오후 7시께 서울 서초동 지하철 2호선 교대역 승강장. 버스, 택시 등 다른 교통수단이 거의 마비된 탓인지 역내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만원이 된 전동차를 그대로 보내기를 여러 번, 기다리던 승객들은 술렁거렸다. 순식간에 줄이 없어졌다.차가 도착하면 "와"하고 몰려드는 바람에 탈 수도 내릴 수도 없었다. 회사원 고모(29)씨는 "줄을 서서 탔더라면 대기시간이 훨씬 짧아졌을 것"이라면서 "그나마 철로추락 등으로 대형사고가 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진저리를 쳤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줄서기. 질서의 기초라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를 무시하는 어른들이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많다. 최모(33ㆍ컨설턴트)씨는 "정류장을 옆에 두고 도로까지 뛰쳐나가 우왕좌왕하며 택시나 버스를 잡는 모습은 민망할 정도"라고 개탄했다.
"6살짜리 아들과 백화점 경품행사에 갔다가 압사할 뻔 했다"는 주부 전모(30)씨는 "무료로 나눠주는 1,000원짜리 주방용 세제를 먼저 받으려고 식품매장 전체가 아수라장이 됐다"고 혀를 내둘렀다.
김모(26ㆍ여ㆍ회사원)씨는 "오죽했으면 다중이 모이는 곳마다 '질서는 아름다운 것, 차례로 줄을 섭시다'라는 경고성 문구가 붙어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강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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