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입장권 1차 판매가 시작됐다. 멀게만 느껴지던 2002 한일 월드컵 개막이 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 오고 있다. 대회 개막일이 가까워질수록 기분 좋은 긴장과 설레임은 어느새 가슴 벅찬 감동으로 우리의 가슴을 적실 것이다.월드컵은 인류가 만들어낸 축구 문화의 정수이다.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대회를 치르는데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다보니 경제적 측면을 간과할 수 없지만, 그 이전에 월드컵이 '축구 축제의 마당'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축제의 마당에서 주인공은 단지 참가 선수들만은 아니다. 수준 높은 경기를 즐길 줄 아는 수준 높은 팬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축제의 의미는 반감된다.
경기장을 잘 짓는 일, 관련 시설을 무리 없이 준비하는 일, 시민들의 질서 의식을 함양하고 친절하게 손님을 맞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땅에 펼쳐 놓은 축제 마당에 우리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기운을 불어 넣어주는 것이 응원의 첫번째 목적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응원 자체가 '축제'라는 것이 '붉은 악마'의 생각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열두번째 선수로 규정한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단지 남이 벌이는 경기를 구경하는 이차적이고 피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경기에 참여하는 축제의 주인공이라는 의미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현장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경기장 시설이나 뛰어난 경기력이 아니라, 바로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의 열기였다. 특히 우리 대표팀이 네델란드와 경기를 벌였던 마르세이유 경기장을 휘감은 오렌지색 물결은 내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자국 대표팀의 상징인 오렌지색으로 온몸을 치장하고 관중석을 빼곡히 메운 그들이 질러대는 함성과 노래 소리는 마치 천둥소리와 같았고 전율을 느끼게 했다.
사정이 이러했으니 그날 우리 선수들이 당한 대패의 원인 중 하나가 관중석의 오렌지색 물결 때문이라고 이야기해도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전국의 팬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은 앞으로 경기장을 찾을 때 우리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과 같은 색상의 옷을 입고 가자는 것이다.
지난해 연말 도쿄에서 열린 한일 교환 경기 때 확인한 사실이지만, 이미 일본의 축구 팬들에겐 자국 선수들의 유니폼을 함께 착용하는 것이 정착되어 가고 있다.
일본 또한 그 시작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국가대표 서포터스 '울트라 니폰'이 처음 선수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기 시작했고, 그것이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축구문화임이 알려지면서 모든 팬들에게 퍼져나간 것이다.
선수들에게 축구 선진국 수준의 경기력을 원한다면 우리 팬들도 축구 강국의 팬들에게 뒤져서는 안될 것이다. 네델란드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경기장 전체를 붉은색 물결로 몰아쳐야만 우리가 염원하는 16강 진출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2001년을 시작하며 '국민과 함께 하는 붉은 악마'라는 슬로건을 채택했다. 월드컵이라는 축제의 마당에서 우리 국민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동참하는 것이 바로 '붉은 악마'의 소망이다.
*다음 회에는 심재덕 수원시장이 '월드컵때의 민박'을 주제로 기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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