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철새들이 돌아오고 있다. 환경오염 등으로 한강에서 '피신'해야 했던 천연기념물 등 각종 희귀조류들이 수질이 다소 나아지면서 다시 옛 보금자리로 찾아 들어 한강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한강의 풍경과 환경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고 있다는 찬사도 잇따른다.서울시 한강관리사업소는 지난달 한강 미사리에서 행주대교 일대에 걸쳐 실시한 조류 생태조사 결과, 비오리 고방오리 댕기흰죽지 등 총 53종 2만487마리의 조류가 한강유역에서 발견됐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1999년의 26종 1만8,340마리와 지난해 37종 1만9,551마리에 비해 종류와 개체 수 면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한강의 대표적 철새는 비오리
53종 가운데는 민물가마우지 등 겨울철새가 31종으로 가장 많고, 흰뺨검둥오리 등 텃새가 19종, 왜가리 등 여름철새가 2종, 물닭 등 나그네새가 1종으로 나타났다.
그중 한강유역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조류는 '비오리'. 발견된 개체수만 3,928마리에 달했다. 비오리는 5㎙이하 수중으로 잠수해서 물고기를 잡아 먹는 잠수성 조류로 한강변 개발 이후 수심이 깊어지면서 한강의 대표적 철새로 자리매김했다. 이 새는 중랑천이나 탄천 등지에서도 발견됐다.
또 초지가 잘 조성돼 있는 미사리와 행주대교 일대에서는 많은 수의 종다리가 관찰됐으며, 물이 얕은 밤섬과 중랑천 하류에서는 청둥오리 고방오리 쇠오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밖에 밤섬에서는 여름철 새인 해오라기도 관찰됐다.
▽천연기념물도 다시 찾아
이번 조사에서는 한동안 모습을 감추었던 천연기념물 조류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어 한강관리사업소측과 조류연구가 등은 탄성을 지르고 있다. 시민들에게도 희소식이다.
먼저 5년간 한강을 떠나 있었던 흰꼬리수리를 비롯해 원앙 황조롱이 큰고니 등 좀체 보기 어려운 천염기념물 조류가 4종이나 발견됐다.
또 직박구리 집비둘기 종다리 흰머리멧새 뿔논병아리 흰비오리 개똥지빠귀 쑥새 등 지난해에는 보이지 않다가 올해 다시 한강으로 날아온 새도 16종에 이른다.
사업소 관계자는 "비오리가 갓 잡아올린 물고기를 갈매기들이 빼앗아 먹기 위해 달려드는 모습이나 유람선 뒤를 따르는 갈매기 떼의 장관이 한강의 새로운 명물이 되고 있다"며 "한강 둔치 등에 습지와 초지를 확대하고 갈대 숲도 늘려 한강이 철새들의 낙원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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