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산 쇠고기를 북한에 무상 제공하는 문제를 놓고 엉뚱하게 우리사회가 빗나간 논란을 하고 있다.보수 언론이 앞장선 시비의 핵심은 '광우병 감염이 우려되는 쇠고기를 요구한 북한 당국은 물론, 못 먹는 쇠고기를 넘겨 주려는 나라도 부도덕하다"는 것이다. 언뜻 동포의 안위와 민족자존을 염려한 충정으로 비친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러 사실을 오해 또는 왜곡하고 있다. 안팎에서 그릇된 논란을 피하려면, 사실관계부터 올바로 인식해야 한다.
독일이 소 40만마리를 수매ㆍ도살하는 것은 광우병 파동으로 붕괴된 시장의 가격안정과 농민보호를 위해 회원국이 200만마리를 도살하자는 유럽연합(EU) 결정에 따른 것이다.
물론 감염가능성이 커지는 나이 든 소부터 도살하지만, 지역이나 대상을 선별하지는 않는다. 광우병은 돼지 구제역 처럼 공기전염이 아니어서 지역적 선별자체가 불가능하다.
EU 국가들은 많은 돈이 드는 도살량 할당을 오래 실랑이 했고, 독일은 할당량을 각 주(州)에 배당했다. 논란된 쇠고기가 시장에 나오는 고기보다 감염위험이 특별히 높지는 않다는 얘기다.
이렇게 도살한 쇠고기는 원래 발전소 연료로 소각하거나 저장하지만, 대부분 경제성이 나은 소각을 택할 전망이다. 바로 이 때문에 '윤리성'이 논란 된다.
교회와 녹색당, 동물보호단체, 언론은 성경까지 내세워 "오로지 가격안정을 위해 소를 대량 살육해 폐기하는 것은 부도덕하다"고 지적한다. 독일 교회와 구호단체는 "제3 세계 등 굶주린 이들에게 주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37개 나라가 수입금지한 유럽산 쇠고기를 북한 동포가 얻어 먹는 것은 여러모로 꺼림칙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광우병 감염여부를 철저하게 검사하게 돼 있고, 러시아가 독일에서 25만마리 분을 사 갈 계획 등의 사실관계는 외면한 채 윤리성 논란까지 왜곡하는 것은 분별없다. 우리도 사료용 곡식을 원조 받아 연명하던 시절이 있었다.
'북한 지도층 때리기'를 위해 독일 사회까지 매도하는 것은 거꾸로 위선적이라고 비웃음 살 일이다.
우리 언론이 왜곡한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의 15일자 사설은 "쇠고기가 북한주민에게 제대로 돌아가게 하려면, 남한의 감독인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자칫 민감한 문제를 피할게 아니라, 북한 주민을 진정 걱정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그릇된 논란을 막는데도 도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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