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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살롱 '돌팔이 치료'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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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살롱 '돌팔이 치료' 성행

입력
2001.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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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P(33)씨는 최근 서울 강남의 A룸살롱에서 믿기지 않는 장면을 목격했다. 잠시 자리를 떴다 돌아온 여종업원들의 팔뚝에 주사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던 것.'마약?' 섬??한 생각에 조심스럽게 물어본 P씨에게 종업원들은 "병원 갈 시간이 없어서 '(전직) 간호사 언니'들을 불러 대기실에서 감기주사를 맞았다"고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고급 룸살롱과 단란주점의 종업원들을 상대로 심야 현지출장까지 마다않는 불법ㆍ무면허 의료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 간호사ㆍ간병인 출신 여성 30~40명 활동

저녁 때 출근하는 유흥업소 종사자들은 통상 새벽 3~4시께 술에 흠뻑 취한 채 퇴근하기 때문에 병원의 진료시간을 맞추기가 쉽지않다. 특히 이들은 연일 계속된 과음으로 면역력이 약해 여타 직장인들보다 잔병치레가 잦은 편.

퇴직한 40대 간호사ㆍ간병인들이 이 '틈새시장'을 파고 들었다. 이들은 유흥업소 종업원들의 요청에 따라 의사 처방도 없이 웬만한 질병에 대해서는 직접 주사를 놓거나 감기약 등을 즉석 조제해준다.

심지어 피로에 지친 여종업원과 웨이터 등에게 약값 이외에 5,000~7,000원 상당의 '수고비'를 별도로 받고 포도당 링거주사를 놓아주기도 한다.

1년여 전부터 '룸살롱 방문진료'를 해왔다는 신모(46ㆍ여)씨는 "불법인 줄은 알지만 워낙 수입이 괜찮다"며 "강남일대 술집여성들만을 상대하는 전직 간호사들이 줄잡아 30~4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편한 걸 왜 마다해요?

강남 B룸살롱 웨이터 이모(35)씨는 "번거롭지 않다는 점 때문에 '간호사 아줌마'들을 찾는다"며 "고급 술집들 밀집지역 약국에 가면 이들의 연락처를 쉽게 찾을 수 있고, 종종 생활정보지에 광고가 나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인근 C룸살롱 마담 H(30)씨는 "이들은 술집 내실은 물론, '아가씨'들의 집까지 '왕진'가 치료행위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법의료행위는 10여년 동안 전혀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채 널리 성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알음알음 지하 밀실 등지에서 은밀히 이뤄져온 때문이다.

▦ 국민보건상 사각지대

이화여대 간호대학장 이자형(李滋衡)교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만약 사실이라면 국민보건상 큰 문제로,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브란스병원 전문의 안상훈(安相勳ㆍ31)씨는 "전직 간호사들이 얄팍한 의학상식으로 진료행위를 한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허술하게 주사기를 사용하면 간염, 에이즈 등의 감염마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 같은 행위를 명백한 의료법 및 약사법 등의 위반으로 보고, 강남 유흥가 일대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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