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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선거에 웬 제비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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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선거에 웬 제비뽑기?

입력
2001.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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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뽑아 맛디아를 얻으니 그가 열 한 사도의 수에 가입하니라." (사도행전 1장 25절) 예수의 부활 후에 배신한 유다를 대신할 사도를 뽑는 과정에서, 요셉과 맛디아 두 후보 중에서 제비를 뽑아 열 두번째 사도를 선출하는 대목이다.신약 성경에 단 한번 나오는 제비뽑기 선출이 교회 선거 방식의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개신교계 최대 교단중 하나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교단이 올 9월 열리는 제 86회 총회에서 국내 기독교 역사상 처음으로 총회 임원을 제비뽑기로 선출키로 한 상황에서, 이를 두고 교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총회장을 비롯한 총회 임원 선거에서 금전수수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때로 법정 다툼까지 벌어지는 등 금권 타락 선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제비뽑기 선출 방식이 자정 차원에서 제기된 것이다. 예장 합동교단이 전격적으로 이를 받아들였고, 다른 교단들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독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인 고영민 목사는 최근 '기독교연합신문' 기고를 통해 "제비뽑기가 재수나 운이 좋아 선출됐다는 샤머니즘적 생각에 빠져들게 할 위험성이 있다"며 교단의 선거방식에 제동을 걸었다.

고목사는 "구약시대나 초대교회에서 제비뽑기가 일시적으로 사용됐지만, 성령이 하나님 백성에 모두 임한 이후에는 사라졌다"며 "문제는 제비뽑기 방식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되는 타락한 현실에 있다"고 주장했다.

고목사는 "제비뽑기 방식이란 말 자체가 한국교계의 타락한 현실을 나타내는 수치의 대명사임을 뼈저리게 절감한다"며 교계 지도자의 의식구조와 선거풍토 개혁을 촉구했다.

반면 '거룩한 제비뽑기 선교회' 회장인 박광재 목사는 반론을 통해서 "다수결 선거제도는 금권 불법 선거라는 구조적 모순을 내포한 제도"라며 "제비뽑기 선거제도가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최선의 선거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예장 합동 교단은 제비뽑기 선거를 시행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선거방식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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