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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대륙간탄도탄 시험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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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대륙간탄도탄 시험발사

입력
2001.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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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협상 전략인가, 아니면 힘의 과시인가."미국이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자 러시아가 12일부터 16일까지 대규모 군사 훈련을 벌이고 있다. 또 러시아 공군의 전략 폭격기들은 14일 일본 영공을 침범하고, 노르웨이 영공을 근접 비행하는 등 서방을 긴장시키고 있다.

서방 언론들은 10년 만에 최대 규모인 이번 훈련의 배경에 소련의 1980년대 냉전식 전략이 깔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의 NMD 체제 추진을 반대하는 러시아가 협상에서 힘을 얻겠다는 속셈이다. 경제난에 허덕이며 서방의 채무 압박에 시달린 러시아가 '건재'를 과시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워싱턴 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12일부터 전략군 및 재래식 군사력을 동원한 대규모 작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 신문은 미국 국방 및 정보 관리들의 말을 인용, 육ㆍ해ㆍ공군이 모두 참여하는 이번 훈련에서는 3기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발사도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작전의 하이라이트는 러시아 최초의 지대공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SS 25(비행거리 1만 3,700㎞)의 실험 발사. 이 신문은 또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SBM) 2기의 발사 실험과 전략 폭격기 비행 등도 실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타임스는 또 최근의 러시아군 도상작전 훈련에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군대와의 충돌을 가상한 훈련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14일 러시아 전략 폭격기 투폴레프(Tu)-22 백파이어 두 대가 일본 홋카이도(北海島) 영공을 침공해 일본 정부의 항의를 받았다.

또 러시아측은 노르웨이 영공 근접 비행도 실시했고 영국의 북해 상공 정찰에 핵 폭탄 탑재가 가능한 Tu-160 블랙 잭이나 Tu-95 베어 등 전략 폭격기들의 임무 수행이 있을 것이라고 공식 통보까지 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Tu-95 베어 폭격기 7대를 알래스카 인근 베링해의 기지에 배치했다.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NMD와 관련한 미국과의 협상에서 러시아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시위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제임스 울시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1980년대 초반 소련이 서방과 협상을 하기 전의 움직임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또 소련 해체 이후 서방에 대한 대규모 부채와 연 20%를 넘는 인플레율, 지하경제의 범람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약화된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집권 이후 그 위상을 되찾기 위한 여러 제스처의 일환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가 이 같은 '위협'으로 무엇을 얻어낼 것이냐는 24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리는 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과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의 회담, 또 조지 로버트슨 나토 사무총장의 내주 모스크바 방문에서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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