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회계장부의 투명화를 유도하기 위해 최근 과거에 분식회계를 한 기업들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자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금감원은 기업들의 과거 잘못을 '사면'하는 이 방안이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자 검토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나섰으나, 과거 분식을 일거에 털어내는 '대청소'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적지않아 귀추가 주목된다.
▽취지는 악의 고리 끊기
금감원이 검토한 일제 사면 방안은 과거 분식회계를 통해 부풀린 이익을 기업 스스로 회계장부에 '전기(前期) 오류수정'으로 처리, 고름처럼 쌓인 은닉부실을 털어내고 기업회계의 투명화를 앞당기자는 것이다. 대신 '자수'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과거를 불문에 부치겠다는 것.
금감원이 이 방안을 추진하게 된 것은 분식회계는 한 번 이뤄지면 기업이 망할 때까지 떨쳐내기 힘든 '악의 고리'라는 판단에서다. 언젠가는 분식의 고리를 끊어야만 투명회계로 전환할 수 있는데, 기업들은 처벌이 무서워 분식을 계속 숨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의 상당수가 과거에 관행처럼 해온 분식회계를 일벌백계로 다스릴 경우 살아남을 업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3월 주총을 앞두고 기업마다 '회계대란'이 우려되면서 이 방안이 거론되게 됐다.
▽경제정의 훼손
범죄나 다름없는 기업들의 분식을 사면해주는 초법적 발상은 경제정의나 법질서에 위배되고, 이미 분식회계로 처벌받은 기업(대우)이나 회계법인과의 형평에도 어긋나 이 방안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또 분식 면죄부는 금융감독 당국 차원에서 내릴 수 있는 결정사항도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 방안으로 분식회계가 뿌리 뽑힐 수 있을지 역시 미지수다. 행정당국이 처벌을 안 해도 분식회계로 피해를 본 투자자가 민사소송을 제기하거나 시장(주식ㆍ채권)에서 분식 기업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커 자수 기간을 줘도 과거를 고백하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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