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해 만난 여대생의 부탁으로 여대생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쳐 경찰에 촉탁(囑託)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됐던 20대 남자가 사기죄로 기소돼 재판결과가 주목된다.회사원 김모(21)씨는 1월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해 알게된 여대생 A(24)씨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 극도의 대인기피증으로 삶의 의욕을 상실한 상태였던 A씨는 "그동안 몇차례 실패했다. 확실히 자신을 죽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붙여가며 자신을 죽여줄 것을 부탁했다.
김씨는 즉시 A씨를 만나 전문가 행세를 하며 피 뽑아내기, 혈관에 공기 주입하기, 환각상태에서 목 조르기 등 3가지 살해 방법을 제시했고 A씨가 목 조르기를 선택하자 1주일뒤 실행에 옮겨주기로 한 뒤 착수금 18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김씨와 헤어진 A씨가 마음을 고쳐 먹고 환불을 요구, 약속장소에 나온 김씨는 A씨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검거되고 말았다.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지검 형사3부(문성우 부장검사)는 그러나 김씨가 교통사고로 거동이 불편해 A씨를 죽일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또 김씨가 A씨의 목을 조르려 했다는 증거도 없었다.
결국 검찰은 촉탁살인미수 혐의로는 기소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대신 김씨가 금품을 노리고 A씨에게 사기를 쳤다고 결론짓고 김씨를 사기혐의로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을 유발한 A씨가 뒤늦게 검찰에 찾아와 김씨의 선처를 호소했지만 자살사이트의 사회적 위험성을 감안, 기소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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