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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인도적 지원의 비윤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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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인도적 지원의 비윤리성

입력
2001.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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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불어 일간지 '르 탕'은 15일자 1면에 식탁에 앉아 있는 부모가 식욕이 없다며 음식투정을 하는 아이에게 "쇠고기를 먹어야 하는 북한 어린이를 생각하라"고 꾸짖는 내용의 삽화를 게재했다.이 삽화의 의미를 따져보면 "건강을 따지지 않을 정도로 '가난한' 북한이라는 나라도 있는데 우리가 너무 호사스러운 것 아닌가"라는 '자기 반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광우병 파동으로 자국 국민이 먹기를 꺼리는 쇠고기를 북한에 보내는 윤리 문제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독일의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자이퉁'도 이날자 논평에서 광우병 우려로 대량으로 도살돼 소각될 소들을 북한에 원조하는 것은 합리적인 방안이지만, 수송 비용이나 북한에서의 분배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잣대로 '인권'을 강조했지만,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는 제기하지 않았다.

스위스와 독일이 '인도주의 정신'에 흠집을 내면서까지 굳이 북한에 광우병 우려가 있는 쇠고기를 공급하려는 것은 북한의 요청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독일 농민들은 대량도살에 따른 보상 문제로 정부와 마찰을 빚자 "어차피 도살될 소라면 북한에 보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스위스도 위축된 국내 쇠고기 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대북 지원을 추진 중이다. 국내용으로 소비가 되지 않는 쇠고기에 '원조'라는 딱지가 붙은 것이다.

물론 이들 국가는 대북 지원 전에 감염조사를 철저히 하는 등 광우병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우병 발병 지역에서 공급되는 쇠고기가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너무 께름칙하다. 우리 정부가 보건ㆍ위생 측면을 무시한 채 배고픔을 해결하려는 북한 당국에 자제를 당부한다든가, 유럽이 행동을 취하기 전에 나름의 입장을 밝혀 둘 만한 사안이라는 생각이다. 주민들에게 이 같은 쇠고기를 공급하려는 북한당국의 속내도 궁금하다.

-이동준 국제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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