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芥川)상 수상작가인 재일동포 유미리(32)씨가 15일 소설속 등장인물의 모델인 여성이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제기한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했다.도쿄(東京)고법은 이날 원고측의 청구를 인정, 1999년의 1심과 마찬가지로 유씨와 출판사에 130만엔의 손해배상을 명령하고 소설의 출판을 금지했다. 일본에서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소설 출판이 금지되는 것은 처음이다.
문제가 된 소설은 월간 신초(新潮) 1994년 9월호에 게재된 '돌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로 유씨의 소설 데뷔작이기도 하다.
어려운 삶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그린 이 자전적 소설은 유씨 주변에서는 등장인물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사실을 거의 그대로 묘사했다. 손해배상을 청구한 여성은 이 소설을 통해 자신의 얼굴에 종양이 있다는 사적 비밀이 널리 알려져 커다란 심적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재판부는 "문학의 사회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처럼 장애가 있는 사람을 모델로 할 때는 상대방의 마음의 고통을 배려해야 한다"며 "예술이라고 해서 인격에 상처를 주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함부로 출판을 금지해서는 안되지만 소설을 출판함으로써 여성의 정신적 고통이 커질 것임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출판 금지 이유를 밝혔다.
이는 문학작품이 실제 인물, 특히 장애자를 모델로 삼을 경우에는 상대방의 명예나 사생활을 배려해야 한다는 판결로 작가의 창작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