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沖繩) 주둔 미군 병사에게 연쇄 방화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으나 미군이 신병 인도를 거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미군의 잇단 범죄행위와 미 핵잠수함 그린빌호의 긴급부상 훈련으로 수산고교 실습선이 침몰, 9명이 실종된 사고가 겹쳐 일본내의 반미 감정을 크게 자극하고 있다.오키나와 경찰은 13일 미해병대 캠프 한센 통신대의 커트 빌리(23) 병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기지를 방문했으나 미군 당국은 신병 인도를 거부했다.
또 이나미네 게이치(稻嶺惠一) 오키나와 지사도 이날 사죄차 현청을 방문한 오키나와 미군 최고지휘자 얼 헤일스턴 4군조정관(해병대사령관ㆍ중장)에게 즉각적인 신병 인도를 요구했으나 확답을 받지 못했다.
해병대 공보관은 "해병대 법무당국은 빌리 병장에 대한 조사를 비롯한 오키나와 경찰의 수사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기소되면 즉각 신병을 인도하겠지만 그때까지는 기지내에 구금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키나와에서는 "또 미군이냐"는 비난과 함께 주둔군 지위협정(SOFA)을 조속히 개정, 기소전에라도 미군 용의자의 신병을 일본 수사당국에 인도하도록 하라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날 담화를 통해 유감을 표명했던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외무부장관은 1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 답변을 통해 "미군 용의자의 신병인도 문제를 미일 양국 고위 관계자들이 논의해야 한다"면서 "지위협정의 개정이 어렵다면 우선은 운용면에서의 개선이라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빌리 병장은 1월15일 새벽 3시께 포장마차촌의 한 점포에 침입, 벽지에 불을 붙여 목조건물의 벽과 천정을 불태운 데 이어 아침 6시15분께 같은 동네의 술집에도 들어가 벽을 태웠다.
이 포장마차촌에서는 1월20일 새벽에 다시 화재가 발생, 5개 점포 약 50평이 불탔다. 경찰은 현장에서 불을 끄고 있던 빌리 병사를 발견했으며 이후 10회에 걸친 조사에서 3건 모두 그의 소행임을 밝혀 냈다.
오키나와에서는 1995년 미 해병대원 3명이 초등학교 여학생을 성폭행한 사건과 지난해 여중생 강제 추행 사건으로 반미 감정이 크게 일었다. 이와 함께 주둔군 지위협정의 개정을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 오키나와현이 일본 정부에 즉각적인 조치를 요청했으나 마땅한 진전이 없는 상태다.
또 최근에는 헤일스턴 사령관이 오키나와 지사를 "바보 같은 겁쟁이"라고 비하하는 e메일을 병사들에게 보낸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한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3일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핵잠수함과 실습선 충돌사고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사과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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