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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국회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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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국회의 자화상

입력
2001.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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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는 13일 한국의 회사채 인수제도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발의자인 로런스 크레이그 의원은 "현대전자 회사채 인수는 세계무역기구(WTO)협정 등을 위반한 명백한 보조금"이라며 부시행정부가 한국정부에 중단압력을 넣어줄 것을 요구했다.IMF까지 묵인한 회사채 인수제도에 크레이그 의원이 제동을 건 것은, 현대전자 경쟁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본사가 바로 그의 지역구인 아이다호주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란게 일반적 관측이다.

같은 날 열린 미 상원 금융위원회에는 전 세계 '큰 손'들의 시선이 온통 집중되어 있었다. 증인으로 나오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과연 미국경제와 금리수준에 대해 어떤 진단을 내릴 것인가에 따라 주식시장 향방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큰손들은 예상대로 그린스펀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해석하느라 분주했고, 그 때마다 시장은 출렁였다.

13,14일 한국의 국회도 22명의 의원들이 나와 경제분야 대정부 질의를 벌였다. 하지만 내용은 정책질문이라기 보다는 정치공세(야당)와 정부변호(여당)에 가까웠다.

공적자금, 국가채무, 현대그룹 특혜지원시비, 증시부양.. 국정감사와 상임위, 청문회 등을 거치면서 이미 귀가 따갑도록 듣었던 해묵은 과제들이 또다시 주요 메뉴로 등장했고, 정부 답변도 녹음기를 틀어놓은 양 똑같았다.

국내현안에 대한 정쟁성 질문의 홍수와는 대조적으로 국익을 위해 대외현안을 얘기하는 의원은 거의 없었다. 시장의 관심을 끌만한 답변을 하는 정부각료도 없었다.

세계의 정치는 국경없는 경제를 향해 뛰고 있는데, 한국의 국회는 높은 울타리를 친 채 누구도 듣지 않는 말싸움만 계속하고 있었다.

경제부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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