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목적은 정의의 실현이다. 정의는 바로 공정(fairness)이다. 공정하지 않은 것은 법이 아니다"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13일 서울 가회동 자택을 찾은 기자들과 아침을 함께 하면서 한 말이다. 이 총재는 법철학 강의를 하듯 말꼬리를 이어갔는데 "정의롭지 못하게 쓰이는 법은 이미 법이 아니다"는 전날 발언에 대한 여권의 비판을 반박하면서, 여권의 '강한 정부론', '법과 원칙론'을 거듭 공박했다.
이 총재는 교통 위반 단속을 예로 들며 여권의 불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교통 순경이 다른 사람은 눈 감아주고 특정한 사람만을 법규 위반으로 잡았다고 하자. 물론 이 사람은 실정법을 위반했으므로 처벌해야 한다. 그렇지만 법을 자의적으로 적용, 공정성을 잃었으므로 순경도 잘못을 책임져야 한다"
이 총재는 이어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의 경우 이 돈이 안기부 예산에서 나온 것인지, 또 당시 신한국당이 이 사실을 알면서 받았는지 등이 증거에 의해 밝혀진 게 없다. 게다가 검찰이 어떠하다는 것은 여러분이 다 알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총재는 "법 집행에 있어 공정성을 잃으면 통치의 도덕적 기반을 상실하게 된다. 이 정권은 이런 의미에서 엄청난 약점을 안고있다. 나중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국민들이 법 집행이 정당하지 않다고 인식하게 되면 사회 정의가 무너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전날에 이어 이 총재의 법 인식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정의롭지 못한 법이 있다면 그 법의 개정이나 폐지를 주장해야지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비판했고, 박상천 최고위원은 "자기 당에 불리하다고 해서 법을 부정하는 태도는 법치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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