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L' 자형 장기 침체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일부 국내외 경제예측기관의 입장에 대해 정부가 반박하고 나섰다.재정경제부는 12일 '경제동향설명회'에서 우리 경제가 올 2ㆍ4분기에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내부적으로는 이미 1ㆍ4분기 저점을 찍은 뒤 완만한 'V'자형 추세전환을 할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하반기나 가서야 회복될 것이라던 당초 입장을 수정한 것이다.
정부는 ▦미국경제의 조기회복 ▦기업의 체감경기 개선 ▦예산 조기집행 ▦자금시장 호전 등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민간연구기관 등 일각에서는 정부가 우리경제를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의 '완만한 V자형' 전망
정부는 '1ㆍ4분기 저점, 2ㆍ4분기 반등'의 가장 큰 이유로 미국경제의 조기회복 가능성을 들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감세정책(올해 1,000억 달러 규모)을 추진중이고,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지난달말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데 이어 상반기중으로 0.5~1.0%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우리 경제의 회복여부를 결정할 가장 큰 변수는 미국 경제"라며 "당초 경착륙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전망됐지만 부시 행정부의 적극적 경기부양으로 미국경제가 2ㆍ4분기 이후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금은 우세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최근 전경련 조사결과 기업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둔화폭이 점차 줄고 있고,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던 자금시장 경색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고 있다.
또 이달말 4대개혁을 마무리하고, 올해 예산의 63%를 상반기에 조기 투입할 경우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한편 소비ㆍ투자 부양효과가 2ㆍ4분기부터 가시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세반전 아직 일러
정부의 이 같은 주자에 대해 국내 연구기관과 학계에서는 정부 전망이 지나친 낙관론이라는 입장이다. 우선 미국 경제와 관련, 감세정책과 금리인하의 효과를 너무 과신해서는 안된다는 것.
최근 미국 투자은행인 CSFB는 부시 행정부의 경기부양에도 불구, 미국경제 성장률을 당초 2.8%보다 낮은 1.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사실상 경착륙을 의미한다.
또 자금시장 개선조짐도 정부의 인위적 정책에 의해 1년간 만기연장시킨 것에 불과하고, 2월말 정부가 구조조정 마무리를 선언한다고 해도 경제주체들의 소비ㆍ투자심리가 급격히 개선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
LG경제연구원 오문석 박사는 "하반기부터 조금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이를 추세 반전(저점 확인)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추세 반전이 되려면 부실기업이 정리되고, 세계경제가 안정을 찾아야 하는데 아직 이를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날 발표한 낙관적 전망이 최근 국내외 기관들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을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는데 대한 고도의 심리전이거나, '추경예산 편성 불가피성'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