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병원 내과 송모(43) 교수 진료실. 청진기를 가슴에 대려는 순간 환자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이 울린다. 환자는 겸연쩍은 듯 슬며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대기 환자가 밀려 있어 마냥 그 환자를 기다리기도 어렵다.간호사가 다음 환자를 들여보낸 지 1분이나 됐을까. 밖에서 "왜 순서를 안 지키냐"는 고성과 함께 한바탕 소동이 인다. 어느 병원에 가든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물론 진료실 입구에는 '병원 내에서는 휴대폰 사용을 자제하고, 진료실에 들어올 때는 전원을 꺼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하지만 주의 깊게 읽는 사람은 드물다. 송 교수는 "하루 100명 이상의 환자를 봐야 하는데, 사소한 잡담을 늘어놓으며 진료를 끊어놓는 환자가 많아 '나가라'고 고함을 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중환자실 복도에서까지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 병원에는 전파에 민감한 진단기기가 많다. S병원 방사선과 전모(40) 실장은 "CT나 MRI 촬영을 하다가 혹시 작동이 중단되거나 오작동을 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며 "특히 중환자실 근처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면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의 숨통을 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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