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게놈 지도 작성과 분석으로 인체의 신비에 대한 수수께끼가 단계적으로 풀리게 됐다..프랑스의 생명공학 연구소인 CNRS-아방티스의 장 미셸 클라버리 박사는 인간의 각 유전자가 평균 4~5개의 다른 유전자와 상호 작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인간 게놈은 20만개의 부품으로 구성돼 부품 1개당 3~4개의 다른 부품과 상호 작용하는 비행기만큼이나 복잡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유전자수가 초파리의 2배 정도인 2만 6,000개에서 4만개에 불과하다는 발견은 인간과 동물의 차이와 관련, 단백질 기능의 복잡성과 중요성을 제기하며 게놈 지도가 인간에 대한 완벽한 설계도가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인간 게놈은 단순히 유전자 수의 문제가 아닌 복잡한 조절회로에 의해 조정되는 것으로서 벌레나 초파리보다 더 복잡하다는 것이다.
유전자들이 다중 분해되고, 유전자에 의해 생산된 단백질이 뒤섞이며 다양한 결합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인간의 단백질은 벌레나 파리보다 5배 정도 많은 9만~15만개 정도의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대의 스탠리 필즈 교수는 이들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은 게놈 보다도 10배 정도 더 복잡하며 이 점에서 인간과 동물간 뚜렷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셀레라 제노믹스의 크레이그 벤터 사장은 이번 발견은 유전자가 인간 발전의 필수 불가결한 요인이지만 유일한 것이 아님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벤터 사장은 "환경의 영향을 규명하지 않고 유전자의 기능을 정의할 수 없다"면서 "하나의 유전자가 하나의 질병과 관련되고, 한 유전자가 하나의 주요한 단백질을 생산한다는 관념은 버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즉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단순한 사고는 버려야 된다는 것이다.
이번 발견은 또 다윈의 진화론을 최종적으로 증명해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게놈 지도는 인간과 다른 동물의 DNA 배열간의 유사성을 보여줬다.
인간은 과실파리와 50%정도, 개와는 85%, 침팬지와는 99% 정도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다. 다국적 연구 기관인 인간 게놈프로젝트(HGP)는 인종이나 외모, 출생지에 관계 없이 모든 인간은 99.8%의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이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유전적 질병을 갖고 있으나 병을 유발하는 유전자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수수께끼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발견한 '그림자 같은 동일체(Shadowy Twins)'는 이에 대한 해답의 단초를 제공한다.
연구팀은 질병유전자 971개의 DNA 배열을 분석한 결과 286개의 유전자가 일치하며, 이들 동일 유전자들은 멀리 떨어진 염색체에 위치해 있었다.
예를 들면 색맹인 사람의 대부분은 색 인식과 관련된 단백질을 생산하는 CNGA3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이전에는 포착하지 못했던 CNGB3 유전자가 있으며 이들 두 유전자는 관련된 단백질을 생산해 인간이 정상적으로 색을 인식토록 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 중 하나가 파괴되면 색인식 시스템이 파괴된다는 것이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박테리아, 유전자에 중대역할 '충격'
인간 게놈지도의 완성과정에서 밝혀진 사실들 중 박테리아가 약 200개의 인간 유전자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학계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 코네티컷대의 조핸 피터 고가튼 교수는 "기생균인 박테리아가 인간의 조상인 초기 척추동물에 들어가 인간 유전자를 탄생시킨 것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충격"이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지금까지 서로 다른 종끼리 유전자의 전이로 인해 유전적으로 개조된 생명체가 태어날 수 없다는 학설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박테리아에 의해 형성된 것과 유사한 단백질 암호가 담긴 223개의 유전자를 발견했다. 우울증을 일으키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도 이들 중 하나이다.
라인스(Lines) 사인스(Sines) 라고 불리는 이 같은 기생균들은 유전 암호 전체에서 13%, 20%를 각각 차지하는 등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팀은 알루(Alu)라고 하는 기생균이 유전자 밀집지에서 3,000만년 이상 13겹으로 중복된 상태로 존재하면서 인체의 각종 작용에서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다시 말해 자기복제를 위해 기생하는 박테리아가 게놈안에 자생하면서 결과적으로 다양한 단백질들의 기능을 도와줌으로써 인간의 진화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게놈 해독은 만물의 영장으로 자부하는 인간도 미생물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일깨웠고 한편으로 미생물 연구가 인체의 신비를 풀 수 있는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단초를 마련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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