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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변칙증여 입법 통해 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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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변칙증여 입법 통해 막자

입력
2001.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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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국가에서 국가권력은 입법ㆍ행정ㆍ사법으로 나뉘어 행사되는데 이를 3권분립이라 한다. 근래에 와서 여론의 힘이 증가되어 여론을 포함한 4권 분립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여론은 상황변화에 따라 신속하게 형성되고 최근에는 시민단체들의 집단행동으로 즉시 위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행정은 법률 등의 규제 때문에 민심의 변화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론을 대변하는 시민단체의 집단행동이나 행정부의 집행이 입법부의 법률개정보다 앞서나가면 사법부가 제재를 가하게 된다.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에 대해 사법부는 유죄판결을 내렸다. 당시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도 사법부는 법을 어겼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행정부는 비교적 여론에 근접해 있는데 비해 사법부는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재벌의 변칙증여에 의한 부의 세습에 대한 국민여론은 매우 부정적이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장남의 계열사 주식지분증가에 대한 증여세 과세를 요구하며 시민단체 간부들이 국세청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벌인 바 있다.

그러나 세정을 담당하는 국세청은 세법체계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으며 입법부와 사법부의 통제를 벗어날 수 없다.

과세대상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소득세법과 상속세 및 증여세법 체계에 의하면 과세대상으로 명시돼 있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

무리해서 과세하는 경우 행정소송에서 패소하여 받은 세금뿐만 아니라 고율의 이자를 얹어 돌려주고 소송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심지어는 국세청의 과세처분에 대해 행정부 내에서의 사법기능을 가진 국세심판원 또는 감사원에서 부과취소 처분을 내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현행 세법규정으로서는 실질적으로는 증여에 해당하더라도 과세대상으로 열거되어 있지 않은 편법증여에 대해서 과세할 수 없다.

6공 시절에 현대그룹 2세들의 계열사 비상장주식 저가양수에 대해 수천억원의 세금을 부과했으나 법원에서 패소해 돌려주었고 철강계열사 간의 불공정 합병비율에 따른 수 천억원에 이르는 편법증여에 대해 과세여부를 심각히 검토했으나 결국은 과세를 포기했던 일도 있었다.

엉성한 세법규정을 피해가는 기묘한 변칙증여는 계속 발생되고 있고, 사후에야 적발하여 그때그때 증여의제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만 법개정 이전에 발생된 거래는 소급과세 금지의 원칙에 따라 과세하지 못하고있다.

여론과 상반되는 판결이라고 법원을 압박할 수는 없다. 세법에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대상에 대해 여론에 떠밀려 과세할 수는 없다.

열거주의 방식의 현행 개인과세제도를 법인과세와 같은 포괄주의 방식으로 조속히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단체와 세제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조속한 법개정이 이루어지도록 입법부에 영향을 행사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숱한 변칙증여는 자신의 부를 세금도 안내고 자녀에게 넘겨주려 안달하는 재벌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그러나 계속 반복되는 변칙증여행위를 방지하도록 세법을 정비하지 못한 것에 보다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세법을 전면적으로 정비하기 이전에라도 대주주의 주식매매차익 과세를 강화하고 변칙적인 거래로 증가된 지분을 일정기간 보유하면 증여세나 소득세로 과세할 수 있도록 의제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모든 행정은 법률규정의 제약 내에서 집행되어야 한다. 국세청의 세금부과도 현행 세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변칙증여를 막기 위해서는 관련세법의 정비가 선결돼야 한다. 조세정의를 담보할 수 있는 세법체계의 정비가 입법부의 최우선 과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만우ㆍ고려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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