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을 의약 자원으로 개발하는 연구가 본격화하고 있다. 건강보조식품으로 각광받던 숯가루가 아예 의약품으로 특허출원이 늘고 있다. 최근 2~3년 새 4건의 내국인 숯 의약품 특허가 접수됐고 외국인 특허까지 합치면 12건에 이른다.그것도 당뇨병, 신후증, 빈혈, 장질환 등 다양한 질병의 치료제로 쓰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숯은 세균을 빨아들이고 부패를 막을 뿐 아니라 미네랄, 음이온을 발생시켜 의약품으로의 개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숯은 음이온 미네랄 덩어리
숯은 진공청소기이다. 나무를 600~900도에서 구운 숯은 탄소 85%, 수분 10%, 미네랄 3%, 휘발 성분 2%로 구성되며 표면에 작은 구멍이 수없이 나 있다. 이를 600~900도에서 다시 탄화시키면 더욱 많은 구멍이 생겨 의약적 효과가 높아진다.
숯이 세균, 악취를 잘 빨아들이거나 해독작용을 갖는 이유는 바로 이 무수한 구멍 때문이다.
숯은 단 1g의 표면적이 1,200㎡나 될 정도로 미세한 구멍이 많다. 이 구멍 속으로 물질이 들어가기 때문에 높은 흡착력을 갖는 것이다.
또 숯은 전자가 6개인 탄소로 구성돼 있는데 다이아몬드와 같은 강한 공유결합이 아닌, 전자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구조다. 때문에 자장을 형성, 음이온 상태로 되어 있어 물질의 부패 즉 산화(전자를 잃는 현상)를 억제한다.
원래 목재 속에는 0.3∼0.6%의 미네랄 성분이 들어있는데 숯이 되면 4~5배로 농축된다.
칼슘, 칼륨, 철, 인, 나트륨 등 5대 미네랄 외에 구리, 아연, 망간, 마그네슘, 크롬, 몰리부텐 등이 함유돼 노화방지 작용을 한다.
■약으로서 숯의 역사
사실상 식용 숯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의학적으로 쓰였다. 서양에서는 히포크라테스 시대에 간질, 현기증, 빈혈, 탄저병 등 치료제로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프랑스 화학자 베르낭은 숯의 해독 작용을 입증하기 위해 치사량의 150배에 해당하는 비소 5g을 숯과 함께 먹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동양에서는 주로 소나무(赤松) 숯가루로 중풍(뇌졸중), 소갈증(당뇨) 등 열성 질환을 치료하거나 아이가 경기를 일으킬 때 쓰였다.
앉은 검정, 백초상, 당묵 등으로 불리는 숯 밑의 그을음은 가정 상비약 구실을 했고 소나무를 태운 숯과 아교를 섞어 만든 숯먹, 송인묵은 특효약으로 쓰였다.
최근에는 숯가루를 차콜(charcoal)이라 부르는데 진통과 해열, 담배의 니코틴이나 자동차 배기가스ㆍ농약성분(파라치온) 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위염, 위궤양, 간염 치료와 예방에 유효하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숯가루의 미세한 구멍이 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부패하는 단백질 찌꺼기, 지방 알갱이, 인체 안에 잔류한 농약이나 중금속들을 흡착하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혈액과 체액이 깨끗해져 병에 대한 저항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일본의 숯 연구
그러나 의약품으로서의 숯 연구는 일본이 앞서 있다. 특허청에 접수된 12건의 특허 중 7건이 일본 것이다(나머지 1건은 미국).
출원자도 한국(4건)은 한의사나 숯 생산업자들인데 반해 일본은 오우(吳羽)화학공업 등 기업이 전문적으로 달라붙었다.
발명의 내용도 일본 특허는 당뇨병, 신후증, 빈혈, 염증성 장질환 등 다양한 질병의 치료에 적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특허는 단순한 건강 증진용 식품 첨가제 및 피부미용 조성물 등으로 한정적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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