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오는 6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 의해 자금세탁방지 비협조국가(NCCT)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정치권이 정략적인 이해로 자금세탁방지 관련법안의 처리를 미루다가 화를 자초하지나 않을 까 걱정스럽다.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기 전에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FATF는 지난해 6월 처음으로 러시아 이스라엘 필리핀 등 15개국을 NCCT로 지정했다. 당시 우리나라도 지정될 가능성이 높았으나 자금세탁방지법안 제정 등을 적극 홍보해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에 따라 2개의 자금세탁방지관련 법안을 올 1월 시행을 목표로 제출했으나 현재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다.
정치자금 조사에 관한 정치권의 우려 때문이다. NCCT로 지정되면 각종 금융거래에 대해 국제적인 제약이 따른다.
때문에 대외신인도 하락은 물론이고 국가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자금세탁방지기구(APG)도 9월 우리나라 제도와 현황에 대한 현지조사 방침을 통보해 왔다.
이 법안들은 국내 사정에 비춰봐도 제정이 시급하다. 우선 불법적인 돈 세탁과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이 법안들이 마련돼야 불법자금의 이동 및 범죄정보를 수집ㆍ분석하는 기구의 설립이 가능하다. 외환거래 완전 자유화에 따른 여러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이뤄지는 자금세탁 규모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1~33%인 48조~147조원이나 된다. 또 자금 불법유출은 GDP의 5~10%인 25조~50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적인 장치마저 없으면 우리나라가 국제적인 자금세탁 중개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이 법안들은 지난해 8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할 때부터 '정치 자금'이 제외돼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었다.
당시 정부는 국제적인 입법추세가 정치자금을 표적으로 한 예는 없다고 변명했다. 자금세탁방지법안은 1997년 한보 비자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으나 정치권의 반발로 무산됐던 전력이 있다.
이 같이 '이빨 빠진'법안조차도 국회가 처리를 계속 미루고 있는 것은 국민들을 또 한번 기만하는 처사다.
정치권이 불법 자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한 우리 정치의 선진화는 요원한 일이다. 국회가 그렇게 강조하던 '투명성 제고'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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