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상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김모(30ㆍ서울 마포구 성산동)씨는 요즘 '사이버 상담방'을 유일한 마음의 휴식처로 삼고 있다. 김씨는 "부모님 잔소리, 친구의 취직 소식을 들을 때마다 우울해지는 심정을 이 곳에서 위안받는다"고 말했다.사이버 (정신과)상담방이 부쩍 인기를 끌고 있다. 고민이 많고 마음고생이 심해도 선뜻 정신과병원을 찾기가 망설여지는 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전문가들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 지난 연말 쯤 처음 선보인 뒤 벌써 10여개나 생겼다.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정신과전문의 등이 24시간 내에 답변해 주는 방식이다.
채팅을 통한 집단상담도 가능하다. 약혼자와 결혼비용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최모(27ㆍ여ㆍ회사원) 씨는 "욕설과 퇴폐적인 언어가 난무하는 일반 채팅방과 달리 여기서는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고 만족해 했다.
그러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의사가 피상담인의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 뿐 아니라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적지않기 때문.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학교실 서광윤(徐光潤)교수는 "정신과 치료에서는 무엇보다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며 "그런데도 무조건 인터넷으로 간단하게 해결하려 드는 것은 고통을 잠시 잊으려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충고했다.
고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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