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잇따르고 있다.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9일 "최근 경착륙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기가 올 1ㆍ4분기에 저점을 찍은 후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총재는 "그러나 2ㆍ4분기부터 경기가 눈에 띄게 반등한다는 것이 아니라 더 하강하지 않고 'L자형'으로 완만하게 바닥을 기면서 서서히 회복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침체의 바닥'이 길 것이라는 얘기다.
한은은 미국의 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급격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동조화 현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 금융기관들은 더욱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살로먼스미스바니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의 한국 경제성장 전망을 당초 7.2%에서 3.8%로 수정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도 당초 6.5%, 6.0%로 제시했던 올해 성장 전망치를 3.5%, 4.0%로 낮췄다.
외국 기관들은 세계 경제의 급격한 둔화에 따른 해외수요 부진, 주가 하락과 노동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한 소비지출 둔화, 금융기관들의 대출 기피에 따른 설비투자 위축 등을 한국 경제의 암초로 꼽았다.
외국 기관들은 또한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이 불황을 겪는 상황이기 때문에 교역 조건이 개선되기도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대우자동차를 포함한 국내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는데다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 반도체 및 자동차 부문의 생산부진, 물가상승 우려로 인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내리기 어렵다는 점도 경제성장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미국이 고강도의 경기부양정책으로 연착륙(soft landing)에 성공한다면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 등 수출수요가 늘어 한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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