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순위프로그램은 과연 폐지되어야 하는가. 국회의원과 시민단체가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방송문화 개혁을 위해 '선정성'개선방안을 모색하는 차원이 아니라 이처럼 개별 프로그램의 존폐 문제를 도마에 올린 것은 무척이나 이례적이다.
8일 민주당 정범구, 심재권 의원과 시민단체 '문화개혁시민연대'가 주최한 '대중음악 개혁을 위한 1차 정책포럼'토론의 발제자들은 10대 댄스음악 중심의 기형적 대중음악시장을 개선하기 위한 당장의 과제로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를 주장했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씨는 "매체가 발표하는 순위는 엄청난 구매 동기를 발산하면서 수용자들의 감성을 지배한다.
그래서 알량한 기획력으로 난립한 음반제작사들은 방송사에 야합하고 방송사는 그들에게 군림하면서 대중음악 판도가 왜곡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음반 판매량마저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요순위프로그램은 많이 팔려서 1위가 되는 것이 아니라 1위가 되어서 많이 팔리는, 음반 홍보 프로그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어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에서는 방송 3사 순위프로그램인 KBS '뮤직뱅크'MBC '음악캠프' '생방송 SBS인기가요'를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 1월 14일까지 6주간 분석하여 god(16회), 유승준(14회) 등 특정 가수들에 대한 출연편중, 50%를 상회하는 립싱크가수로 인한 '음악프로그램'으로서의 정체성 문제 등을 지적했다.
또한 음반판매, ARS응답결과, PD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점수, 방송횟수 등을 방송사마다 다른 비율로 자의적으로 운영하는 데서 오는 기준의 공정성과 권위의 문제도 비판했다.
이에 대해 '뮤직뱅크'책임프로듀서인 KBS 박해선PD는 순위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10대 대상의 프로그램으로 댄스음악이 주류가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폈다.
70년대가 포크의 시대였던 것처럼, 지금의 대중음악은 당연히 현대 대중의 기호와 시장상황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문화상품으로서의 댄스음악의 가치'를 좀더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한류 열풍에서 드러나듯 댄스음악은 국제경쟁력을 가진 문화상품"이라며 '댄스음악의 유일한 출구'로서 가요순위프로그램에 대한 시각을 달리할 것을 주문했다.
방송가에서는 이번 논의를 두고 '개별프로그램의 구성을 국회에서까지 논의하는 것은 일종의 편성권 침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순위프로그램에 대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고생하는 가수들을 '다독거리기'위한 장치일 뿐"이라며 "그 기능적 효용성만 아니라면 솔직히 방송의 '공영성'과는 양립하기 힘든 프로그램"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번 토론회는 순위프로그램의 존폐 여부 뿐 아니라 대중음악 전반에 대한 양쪽의 커다란 시각차를 드러냈다.
대중음악 '균형발전'의 의미와 타당성, 립싱크를 하는 '싱잉 엔터터이너'의 인정 여부 등 이 토론회에서 드러난 인식 차이는 순위프로그램 폐지 뿐 아니라 앞으로도 수많은 논란과 마찰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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