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휩쓴 광우병 공포가 우리나라에 도달한 며칠 전, 농림부와 유관단체는 언론에 커다란 광고를 냈다.'우리 축산물은 광우병 걱정 없습니다'는 제목 아래, 사람의 크로이츠펠트 야콥병(CJD)은 광우병과 전혀 관련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어 광우병 발생국가에서 소량 수입한 소혈분도 광우병과 무관한 개ㆍ고양이에만 사용한다고 밝혔다. 국민 불안을 해소하려는 의도지만, 구태의연하고 무책임한 홍보자세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농림부를 우두머리로 낙농육우협회 한우협회 사료협회 등 이익단체 들과 대한 수의사회까지 기명한 광고 내용을 소상하게 시비할 계제는 아니다.
다만 1980대 중반부터 광우병 재난을 겪은 영국 정부의 진상조사 청문위원회가 지난 달 발표한 종합보고서 주요대목을 소개한다.
우리 정부와 전문가들은 이미 알고 있을 터이지만, 학계 권위자까지 나서 국민 불안을 진정시키려는 노력이 자칫 왜곡과 거짓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영국쪽 보고서의 핵심은 "변형 크로이츠펠트 야곱병(vCJD)과 광우병의 연관성이 명백하게 확인됐다"는 것이다.
우리 농림부 광고는 소 광우병이 사람에게 발병하는 이 '죽음의 병'을 언급하지 않아, 국민을 혼란케 한다.
또 보고서가 "광우병이 소가 아닌 다른 동물에 감염될 수 있다는 이론을 간과, 소 광우병과 고양이의 유사 광우병이 연관 없다고 단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 것과, 우리 농림부의 개ㆍ고양이 언급은 분명 엇갈린다.
■영국의 보고서는 역대 농림ㆍ보건 장관 등의 과오를 낱낱이 지적하고 있다. '패닉현상 예방에 급급해 위험을 알리는데 소홀했다', '거짓 부인으로 국민의 불신을 자초했다', '전문가 판단을 기다리다 정책 대응이 늦었다'.
농림장관이 어린 딸에게 비프버거를 먹이는 장면까지 연출, 소고기 안전성을 과장 홍보한 무모함도 지적됐다.
'입증되지 않은 안전성을 국민에게 강조한 과오'가 무엇보다 큰 실책이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와 전문가들도 새겨들어야 할 교훈임에 틀림없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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