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까지 가세, 신문ㆍ방송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키로 한 것은 '개혁에 성역이 없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으로 되고 있다.하지만 국세청조사에 이어 공정위까지 '언론 정화'에 나선 데다 특정 업종에 대한 국세청ㆍ공정위 조사가 병행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야당의 거센 반발과 함께 향후 뜨거운 정치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 조사배경
공정위는 연초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국민경제적 비중이 크고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보통신 의약 등 5~6개 분야를 선정, 정밀 실태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른 바 '포괄적 시장개선대책(Clean Market Project)'이다.
클린 마켓 프로젝트는 1996년 이후 독과점시장 개선대책의 하나로 추진돼 온 공정위 일상업무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그간의 클린 마켓 프로젝트가 공정거래법 등에 국한한 것이었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공정거래법은 물론 하도급법 약관법 표시광고법 등 제반 경쟁관련 법안을 포괄하는 심층적이고 강도 높은 조사가 될 것이라는 게 공정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 추진 경과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나머지 5개 업종에 대한 조사방침은 일찌감치 나왔으나 언론사 포함여부는 이 날 결정됐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언론사 조사방침이 발표된 직후 이남기 위원장도 "공기업 부당내부거래 조사가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언론사에 대한 조사 여력이 없다"며 신문ㆍ방송에 대한 조사계획을 일축했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의 말은 다르다. 공정위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언론사의 부당내부거래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전반적인 기초자료 수집ㆍ분석작업을 진행해 왔다"며 "일부 언론사에 대한 혐의를 이미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언론사에 대한 조사 주관부서를 대기업 부당내부거래 등 조사 핵심파트인 조사국에 맡겨 공정위의 언론사 조사에 대한 의욕을 가늠케 했다.
▲ 조사 내용
공정위는 언론사 조사의 중점 점검사항으로 ▦신문ㆍ잡지 등 판매관련 각종 불공정행위 ▦구독료ㆍ광고단가 등 부당한 공동행위 ▦부당내부거래 실태 등을 꼽았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일반 사업자 조사와 아무런 차별성을 두지 않겠다는 게 공정위의 방침이어서 실제 조사 폭과 강도는 훨씬 넓고 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판매ㆍ광고 등과 관련한 진입장벽 조사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권한 남용행위 등은 물론, 유통과 관련한 언론사와 지사ㆍ지국간 부당 계약관행이나 자회사나 계열사 등에 대한 부당지원행위 등도 포함될 전망이다.
그간 시민ㆍ언론단체가 줄기차게 제기해 온 무가지 살포나 경품제공 등 과당경쟁 사례도 당연히 포함된다. 또 용지 구매 등 원자재 조달과정에서 언론사간 담합여부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의 경우에도 광고시장을 둘러싼 담합과 한국광고공사와의 교차조사 등이 주요 항목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공정위 이한억 조사국장은 "언론ㆍ방송의 대국민 생활에 대한 영향력을 감안해 이번 조사대상 업종에 포함된 것일 뿐 크게 비중을 두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편 언론사에 대한 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 조사는 이 번이 처음으로 93년 12월 구독료 담합인상 의혹에 대해 12개 일간신문사에 대해 부당공동행위를 조사,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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