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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부시의 '공동체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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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부시의 '공동체 주의'

입력
2001.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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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것처럼 어리석지 않기를 바란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최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퍼부은 독설이다.카스트로의 말대로 부시 대통령은 외모로 볼 때 스마트한 인상이 아니다. 또 연설할 때면 말을 약간 더듬기도 해 세계 최강국의 최고지도자로서 '권위'가 없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때문에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후광을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된 부시는 집권 이후에도 리더십을 제대로 보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강경 보수파인 존 애쉬크로프트 전 상원의원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하는가 하면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대폭 지원하는 진보적 정책을 추진하는 등 특별한 '철학'이 없다고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취임 3주째를 맞고 있는 부시는 자신의 색깔을 분명하게 보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부시의 행보와 취임사 등을 분석하면서 그의 정치철학을 한 마디로 '커뮤니테리어니즘(communitarianism:공동체주의)' 이라고 규정했다.

실제로 부시는 빈민구제나 사회적 약자를 돕고 있는 종교 단체들에게 기금을 지원하는 조치를 취했다.

또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으며 자원 봉사자들이 시민사회에 적극적으로 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부시는 개인의 권리 보다는 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책을 추진할 뜻을 확고히 하고 있다.

공동체주의에 대한 해석은 정치 철학자들마다 다르지만 부시가 내세우는 이데올로기는 개인의 지나친 자유가 공동체의 유대를 약화시켰으며 개인의 권리는 사회의 이익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부시는 특히 추구해야 할 덕목으로 도덕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정치철학을 취임사에 반영하기 위해 공동체주의를 주창해온 로버트 푸트남 하버드대 교수와 상의했으며 공동체주의 운동을 해온 스티븐 골드스미스 전 인디애나폴리스 시장, 존 디루리오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등을 백악관의 참모로 기용하기도 했다.

부시의 공동체주의에 대해 공화ㆍ민주 양당 의원들 대다수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정치권의 이 같은 반응은 미국이 유럽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세운 지역 공동체를 바탕으로 건국됐으며 지역 공동체는 건전한 시민사회를 형성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총투표에서 패배하고 사상 초유의 법정 공방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부시는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야는 물론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통치철학이 필요했고, 공동체주의를 내세워 분열된 국론을 치유코자 나선 것이다.

부시는 심지어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야당인 민주당의 의원총회에 참석해 민주당 의원들과 초당적 대화를 하는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다.

어수룩하게 보이는 부시는 선거 후유증을 단기간 내 극복하기 위해 화합의 정치를 펴면서 '강한' 미국 건설에 나선 것이다.

한 국가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은 이처럼 분명한 정치철학과 함께 대화와 타협을 하는 정치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강강'(强强)만을 앞세우며 대결만을 생각하는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한번쯤 음미해야만 할 대목이다.

이장훈 국제부차장

truth2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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